돌아온 나드손 왼발, 오른발, 머리로 '골 3종세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세 골 넣었어요." 첫 연습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나드손이 손가락 세 개를 펴보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구마모토=정영재 기자]

'원 샷 원 킬(One Shot, One Kill)'이 돌아왔다. 합류한 다음날 곧바로 연습경기에서 해트트릭. 잔뜩 찌푸려 있던 차범근 감독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2004년 K-리그 우승 주역인 브라질 출신 스트라이커 나드손(25)이 12일 일본 전지훈련 중인 수원에 합류했다. 2년 만의 컴백이다. 그리고 13일 일본 구마모토현 오즈 경기장에서 열린 요코하마 FC와의 연습경기에 출전했다. 요코하마는 지난해 J2에서 J1으로 승격한 시민 구단이다. 30분씩 3쿼터로 진행된 경기에서 에두(브라질)와 함께 투 톱으로 선발 출전한 나드손은 2쿼터 5분쯤 아크 왼쪽에서 통렬한 왼발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3분 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김대의에게 절묘한 스루패스를 찔러준 뒤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간 나드손은 김대의의 크로스를 받아 오른발슛을 날렸고, 볼은 골대를 맞고 네트를 흔들었다. 2쿼터 종료 직전에는 에두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해 기어코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왼발.오른발.머리로 골고루 한 골씩. 수원은 3쿼터에도 에두와 신영록이 한 골씩을 보태 5-0 대승을 거뒀다.

차 감독은 "저 자식 때문에 얼마나 속을 썩였는데…"라면서도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K-리그 챔피언결정전과 FA(축구협회)컵 결승에서 '해결사 부재'를 절감하며 정상 일보 직전에서 물러섰던 수원이었다. 당시 차 감독은 "나드손만 있었더라면"이라며 그의 부재를 안타까워했다.

나드손은 2004년 14골을 터뜨리며 수원의 K-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2005년 시즌 중에 크게 다쳐 브라질로 돌아갔고, 수술과 재활이 끝난 뒤에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복귀하지 않아 수원 구단의 애를 태웠다. 지난주 귀국한 나드손은 메디컬 테스트를 받으며 수원 구단 숙소에서 혼자 훈련해 왔다.

나드손은 "복귀하자마자 세 골을 넣어 정말 기쁘다. 현재 체중이 74㎏이다. 3㎏ 정도 줄여야 한다. 체력은 30% 정도밖에 올라오지 않았지만 개막전부터 골을 넣을 수 있다. 올해는 반드시 내 발로 팀을 우승시키겠다"며 특유의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차 감독은 "힘과 몸싸움이 좋은 에두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공격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6개월을 쉬다 수원에 입단한 안정환도 바짝 긴장해야 할 판이다.

구마모토=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