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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살펴라, 재정비촉진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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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용적률 상향 등의 지원을 받아 전망이 밝을 것으로 기대되는 도시재정비촉진지구(이하 재정비지구) 투자에 큰 함정이 놓여 있다. 지구의 상당 부분이 개발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여서다. 개발이 안 되면 투자 가치가 없는 셈이다. 새 아파트 입주권이 나오지 않고 개발에 따른 시세차익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재정비지구의 개발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개발 대상지역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 대상을 고를 때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 개발 보류지역 40% 넘기도=재정비지구는 자치단체가 낡은 도심지역을 광역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지정한 15만 평 이상의 개발대상지다. 현재 서울과 경기도에서 주거지 재정비지구로 총 20곳 631만 평이 지정돼 있다. 하지만 재정비지구로 지정되더라도 지구 전체가 모두 개발되는 것은 아니다. 개발을 위한 요건에 맞는 지역만 개발된다. 개발지역은 낡은 건물이 차지하는 비율(노후도) 등의 조건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등의 방식으로 개발된다. 재개발 등 사업 방식은 자치단체에서 정한 노후도 등의 기준으로 결정된다. 개발지역의 주민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재산의 평가금액별로 재개발 등으로 새로 짓는 아파트의 입주권을 받는다.

주택 등의 상태가 괜찮아 개발되지 않는 지역은 존치지역으로 분류된다. 존치지역 중에서도 상태에 따라 개발이 당분간 보류되는 존치정비구역과 아예 개발되지 않는 존치관리구역으로 나뉜다. 존치정비구역은 노후도 등이 개발 기준에 조금 모자라 기준에 맞을 때 개발되는 지역을 말한다. 존치관리구역은 개발 기준에 훨씬 떨어지는 곳이다. 개발지역과 존치지역은 재정비지구 개발계획에 구체적으로 담긴다. 서울과 경기도 재정비지구들의 개발계획은 상반기에 결정될 예정이다. 현재 구청 등에서 개발계획을 세우기 위해 주민 의견을 듣거나 설명회를 열고 있다.

그런데 존치지역이 예상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성북구청이 수립 중인 장위재정비지구 개발계획안에 따르면 전체 56만 평의 40%가 넘는 24만 평이 존치지역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 중 19만 평이 존치정비구역이고 나머지 5만 평은 존치관리구역이다. 장위동 김모(55)씨는 "개발한답시고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어놔 집을 팔지도 못하게 하고 뒤늦게 개발지역에서 빼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7만 평의 동작구 흑석재정비지구의 경우도 40%가량이 개발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존치지역이 많은 것은 한창 개발 중인 서울시 2차 뉴타운 등에 비해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낫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거환경이 열악해 개발이 시급한 곳은 이미 시범뉴타운과 2차 뉴타운으로 지정돼 개발되다 보니 뒤늦게 개발 대상지로 지정된 재정비지구에서 막상 개발이 필요한 지역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 존치지역 어떻게 피할까=존치지역을 피하는 것은 재정비지구 투자의 기본이나 마찬가지다. 존치지역에 투자할 경우 낭패를 보게 된다. 개발되지 않을 지역이어서 투자 수요가 없는 데다 대지 6평 이상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로 거래도 어려워 팔고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라 주택의 경우 3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존치지역을 피하려면 개발이 가능한 지역을 골라야 한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요건에 맞아야 하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지은 지 20년 이상 된 건물이 전체의 60% 이상이면 재개발이나 재건축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건물의 상태를 모르는 상황에서 요건에 맞는지 따질 수는 없다. 투자 대상의 건물 상태를 봐서는 안 된다. 아무리 낡았더라도 존치지역 안이면 개발에서 배제된다.

이 때문에 개별 건물보다 그 일대를 봐야 한다. 재정비지구 내에서도 주거환경이 더 열악한 지역을 골라야 하는 것이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기준면적은 3000평 이상이다. 개발되는 지역에선 새 건물도 개발 대상이다.

재정비지구에선 재건축보다 재개발의 투자성이 크다.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4m 이상의 넓은 도로에 접한 건물이 적고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지역이 재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J&K 백준 대표는 "존치지역을 피하려면 반드시 현장을 방문해 투자 대상지역과 건물 상태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안전하게 투자하려면 개발계획이 확정돼 개발지역과 존치지역의 구분이 확실해진 뒤 구입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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