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동반 정상시대 열어|92오륜후 대이을 재목감 발굴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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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이 24일 폴란드에서 막을 내린 제36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남자개인전을 제외한 남자단체전, 여자개인전·단체전을 모조리 휩쓸어 양궁강국의 변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지난78년 방콕아시안게임에 국제무대로서는 첫출전한 한국양궁은 이듬해인 79년7월 제30회 베를린세계대회에서 김진호(김진호)가 여자개인·단체전에서 우승한 이래 세계여자양궁의 강호로 군림해 왔다.
양궁에 관한한 천하무적을 과시해온 여자의 우승은 예견된 것이었으나 남자양궁이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첫정상에 올라 「남녀동반정상시대」를 연 것은 특기할만한 업적이다.
이와관련, 세계대회에 첫출전한 고교생 정재헌(정재헌·경복고 2)이 비록 동메달에 머물렀으나 한국간판 양창훈(양창훈·한체대)을 이을 후계자로 발굴된 것도 큰 수확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전통강호 소련·미국이 퇴조하고 핀란드·호주가 급부상한 것이 새로운 변화다. 이와함께 북한이 여자부문에서 강세를 보인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남녀동반정상시대를 맞아 한국은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최소한 여자부문은 정상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 양궁의 문제는 바르셀로나 올림픽이후의 일이다.
남녀모두 현재의 대표선수들을 이을 후보가 전무한 실정이다.
소년체전폐지와 선수발굴 소홀로 선수의 맥이 끊겨진 상태여서 기존선수가 쇠퇴하면 한국양궁도 퇴조하리라는 양궁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밖에 올림픽에서의 경기방식개정등 국제양궁환경이 한국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새 경기방식은 녹다운제로 진행돼 한국선수들끼리 경쟁해야하는 처지인데다 하루만에 경기를 끝내야해 체력이 약한 한국을 비롯한 동양선수들에게는 절대 불리하다.
한국양궁협회는 국제대회성적에만 집착하지 말고 선수발굴과 해외로비등 스포츠외교에도 더욱 진력해야 할 것이다. <방원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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