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갈길 가는 소 공화국/꼬리무는 독립선언의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옐친이 후원…서방도 수교시작/민족·경제문제로 분쟁 소지도
소연방 해체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오래전부터 독립을 추구해온 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 등 발트해 3국에 대해 유럽 각국이 독립을 승인,외교관계를 수립했거나 곧 승인할 예정이어서 발트해3국의 독립은 기정사실로 되어가고 있다.
소련에서 두번째로 큰 우크라이나공화국 의회는 24일 공화국 최고회의(의회)에서 독립선언법안을 가결시켰으며 오는 12월1일 국민투표를 통해 이를 확정짓기로 결정했다.
뒤이어 백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도 25일 독립선언 결정을 내렸으며 몰다비아공화국 최고회의는 27일 임시회의를 개최,독립을 선언할 예정이다.
앞서 발트해 3국중 리투아니아·라트비아는 3월 독립을 선언했고,에스토니아도 쿠데타 직후인 지난 20일 독립을 선언했다.
또 아르메니아공화국 최고회의 상임간부회는 25일 공화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에 공산당 본부건물을 비우라고 명령하는 한편 공산당 해체를 희망한다고 밝히고 국가보안위원회(KGB)와 내무부조직을 공화국관장하에 두도록 정부에 요청함으로써 연방중앙정부로부터 분리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분리독립 움직임을 선도하고 있는 발트해 3국은 쿠데타로 빚어진 소련정국이 독립쟁취의 다시없는 호기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공동의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들은 또 발트해 3국의 러시아귀속을 결정한 몰로토프­리펜트로프 조약체결 52주년이었던 23일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고 이날 밤에는 이들 3국의 수도인 빌니우스­리가­탈린으로 이어지는 도로에 대형 횃불을 밝혀 지난번 인간사슬에 이어 두번째로 독립의지를 내외에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발트해 3국의 독립운동에 무엇보다도 큰 힘이 됐던 것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의 이들에 대한 독립 승인이다.
이번 쿠데타과정에서 소련내 부동의 실세로 등장한 옐친은 24일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의 독립을 공식 인정했다. 리투아니아는 이미 러시아공화국과의 조약을 통해 독립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이로써 발트해 3국은 옐친의 러시아공화국으로부터 독립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발트해 3국의 독립에 대한 옐친의 승인은 즉각 국제적인 동조로 이어졌다.
이어 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벨기에·헝가리·오스트리아·핀란드 등이 이들을 이미 외교적으로 승인했거나 승인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발트해 3국 독립을 지지해온 미국도 25일 조지 부시 대통령이 26일 열리는 소연방 최고회의가 발트해 3국 독립을 승인할 것을 촉구하는등 소연방해체를 겨냥한 공세를 강화했다.
한편 이같은 연방해체로의 움직임은 자칫 공화국들간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1백개 이상의 민족으로 구성된 소련은 최근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간의 인종분규가 악화되는등 민족간 분쟁이 상존하고 있으며 석탄·철강과 곡창을 점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등 주요 공화국들의 독립움직임은 공화국간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분쟁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소 대변혁 일지
▲19일(월)=쿠데타 반발,야나예프 대통령대행 국가비상사태 선포. 옐친 고르바초프 복권요구 시민저항 주도.
▲20일(화)=시민 5만명 러시아공 의사당앞 시위,군 일부 시위대 가담. 유혈 희생자 발생. 에스토니아 독립선언.
▲21일(수)=비상사태위 와해,고르바초프 모스크바 귀환. 라트비아 독립선언.
▲22일(목)=쿠데타 주모자 자살·체포. 옐친,5시아공내 국가기관 공산당활동 금지. 고르바초프 공산당 개혁필요성 재확인. KGB창설자 제르진스키동상 철거.
▲23일(금)=국방·내무·KGB의장 교체. 프라우다등 공산당기관지 정간. 옐친,고르바초프에게 내각의 쿠데타연루 문서낭독 강요.
▲24일(토)=옐친,에스토니아·라트비아독립 승인. 우크라이나 독립선언. 고르바초프 당서기장 사임,당해체 촉구. 실라예프 새총리 임명. 옐친,연방정부 통신수단 접수. 옐친,공산당·KGB 문서압수 명령.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