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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서방지원 늘어 교역확대" 전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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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소련 강경 보수파의 쿠데타 실패는 앞으로 소련을 포함한 대북방교역을 더욱 확대시키는데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기존 정권이 복귀함에 따라 지금까지 추진돼오던 정부·민간차원의 경협은 계속 될 수 있게 됐고 보수파가 스스로 몰락의 길을 재촉함에 따라 시장경제로의 이행 등 개혁작업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소련과의 교역확대는 소련 측의 절박한 필요성에도 불구, 자금결제를 위한 경화보유가 미약하고 6백50억 달러로 추정되는 외채누적으로 한계를 지녀왔다.
따라서 소련과의 교역확대는 서방측의 자금지원규모와 시기 등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번의 쿠데타발생이 지난 7월 G7(서방선진7개국) 정상회담에서 대소지원에 대해 미·일 등 서방국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한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는 만큼 앞으로 소련의 개혁을 촉진, 지원키 위한 자금공여규모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자금지원대상은 소련정부가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생필품 쪽이 1차적으로 고려될 공산이 높으며 업계에서는 생필품을 중심으로 한 소련 특수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들어 전반적인 수출부진 속에서 북방교역을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보여왔다.
올 상반기 중 전체 북방 교역 규모는 30억3백84만 달러로 전년동기비 57.3% 늘었다.
수출이 10억8천3백61만 달러로 46.4% 늘었고 수입은 19억2천23만 달러로 64.3%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대소교역만을 보면 수입의 격증(상반기 중 3억9백61만 달러로 86.2% 증가)과 대조적으로 수출은 전년 동기비 6.7% 증가한 2억 1천4백12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
이같은 대소 수출부진은 소련의 경기침체와 외환부족에 기인한 것이다.
소련 국가통계위원회에 따르면 소련의 올해 상반기 GNP는 전년 동기비 10%, 국민소득은 12%, 산업생산은 6.2%가 각각 감소해 작년의 2%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경제상황은 가속적으로 악화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현 추세로 볼 때 올해 GNP는 전년비 20%까지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는 반면 소비자물가는 40%이상 폭등이 예상되는 등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소련경제의 회생은 자력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빠져있으며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G7회담전 여러 경로를 통해 세계각국에 1천5백억 달러의 경제지원을 요구한 바 있다.
이 같은 기대는 서방측, 특히 미·일의 정치적 이유로 무산됐는데 이번의 쿠데타가 고르바초프 정권의 유지를 바라는 서방측의 심리를 자극, 경제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앞으로 대소교역확대는 이같은 서방측의 지원과 가장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우리 나라의 대소수출은 올해 8억 달러로 잡혀있는 소비재차관이 예정대로 집행됨에 따라 9월 이후 확대가 예상되나 현재의 계약 및 상담 실적 등으로는 이중 5억 달러 정도가 실제 쓰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 나라의 대소 교역은 그들이 필요로 하고 있는 중저가의 생필품 다량공급에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 수는 있다.
그러나 소비재 차관 같은 자금 공여를 전제로 수출을 늘리는 방식을 경제능력상 한계가 있어 결국은 소련내이 방대한 수요를 서방선진국들이 어느 정도의 자금공여로 뒷받침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금공여 면에서는 일본의 여력이 가장 크나 일본은 북방 4도 반환문제를 이와 연계시키고 있어 대규모 자금지원은 사실상 기대키 힘든 실정이고, 그 동안 지원에 적극적이었던 독일도 자체의 통일비용 부담으로 더 이상의 대규모 지원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서방의 자금지원한계와 함께 이번 쿠데타 발생 이후의 전개과정에서 각 공화국의 분리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대소경협을 확대 추진하는데 있어 협상창구를 정하는 데서부터 대금결제와 수송에 이르기까지 실무적 어려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 상태에서는 기존에 합의한 경협을 그대로 추진해나가면서 소련의 개혁작업추이와 서방선진국의 대소지원확대를 보아가면서 보다 신중히 임할 필요가 있다. <끝><박태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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