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공사장 추락 “구사일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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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몸무게 100㎏ 행인 직경 45㎝ 구덩이에 빠져/지하 22m서 “살려달라”… 두시간 걸려 구조
【부산】 안전시설이 없는 지하철공사장의 깊이 22m파일(쇠기둥)설치용 구덩이에 행인이 실족,추락했으나 2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운전기사 이영근씨(21·부산시 당리동 355)는 21일 오후 11시45분쯤 귀가하다 지하철 1호선 연장공사 4∼6구간에서 시공업체 (주)일성종합건설(대표 문승준)이 파일을 박아넣기 위해 파놓은 구덩이에 추락했다.
구덩이 주변에는 통행인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었으나 태풍 글래디스의 영향으로 세찬 바람이 불어 넘어져 있었으며 시공업체의 부주의로 뚜껑마저 설치돼있지 않아 이씨는 지름 45㎝가량의 이 구덩이에 빠져 이날 오후부터 내린 비로 미끄러워진 벽면에 온몸을 긁히며 순식간에 바닥까지 떨어졌다.
사고직후 『사람살려』라고 고함을 쳐 이 소리를 들은 인근 사진관 주인 김태순씨(33·여)의 신고로 경찰·119구급대가 긴급출동,공사장 직원등 50여명으로 구조대가 편성돼 구조활동을 시작했다.
구조대는 그러나 구덩이가 너무 좁아 이씨의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데다 이씨가 눈을 뜨지 못하고 거의 탈진상태여서 한동안 구조할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결국 구조대는 밧줄을 이용해 이씨를 끌어올리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밧줄을 내려준뒤 이씨를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구조대가 핸드마이크로 정신차리라며 계속 소리치기를 30여분,잠시 정신을 잃었던 이씨의 가느다란 대답소리가 들려왔다.
구조대는 이씨가 손목을 묶을 수 있도록 밧줄에 매듭을 지어 던져주었고 이씨가 밧줄을 손목에 걸자 구조대원 10여명이 몸무게가 1백㎏이나 되는 거구의 이씨를 2시간15분만인 22일 오전 2시쯤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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