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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기금법|"있으나마나" 노동계 시큰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달 임시국회를 통과, 내년 1월1일부터 본격 시행될 사내근로복지기금법의 실효성 여부에 논란이 일고 있다.
법 제정을 추진한 노동부는 『계층간 소득분배 갈등을 해소하고 늘어가는 근로복지수요를 충족시켜 줄 제도적 장치』라고 높이 평가하는 반면 노총 등 노동계는 『기업 측에 별다른 구속력을 행사할 수 없어 있으나 마나한 제도』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모두 31개 조항으로 되어있는 이 법의 주요내용은 ▲모든 사업장이 사업연도 세전 순이익의 5%를 기준으로 노사간 협의에 따라 기금을 조성하고 ▲그 수익금으로 소속 근로자 복지사업을 펴나가며 ▲기금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해서는 세제상의 혜택을 준다는 등이다.
또 기금운영은 금융기관 신탁 및 유가증권매입·대통령령이 따로 정하는 사업 등으로 한정하고, 수익금은 주택구입자금지원·우리사주구입자금지원·생활안정자금대부·자녀장학금 지급 등에만 쓰도록 했다.
이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사내근로복지기금제도는 84년 2월 제정된 사내근로복지기금운영준칙에 의해 실시되어왔다.
그러나 이 운영준칙은 기금의 설치를 권장사항으로 하고 있었고 기금설치에 대한 손비인정의 한계로 세제상 실질적 혜택이 없었기 때문에 사업주들이 기피해왔고, 기금운영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어 유용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내근로복지기금제도의 법제화 필요성이 대두돼 88년 말 당시 민정당 의원 입법으로 발의했으나 재계의 거센 반발로 계속 국회에 계류중이다가 노동부로 이관, 몇 군데 수정을 거쳐 지난달 통과되기에 이른 것이다.
당초 이 법의 원안은 기금출연이 「세전 순이익의 5%범위에서 노사 동수로 구성된 사내근로복지협의회가 정한 금액을 출연해야한다」는 의무규정으로 되어 있었으나 수정과정에서 기업의 부담 과중을 우려,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바뀌었다.
또 세제혜택과 관련해서도 원안에서는 「사업주 출연금액에 대해 법인세·소득세법상의 손금 또는 필요경비에 산입하고 등록세·취득세·재산세 등 각종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었으나 수정과정에서 「세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세제지원을 할 수 있다」로 포괄적으로 규정됐다.
노총 등 노동계의 부정적인 견해는 바로 여기에 기인한 것이다.
기금조성을 의무화하지 않고 사실상 기업의 자유의사에 맡긴 뜨뜻미지근한 법 규정이 무슨 효력이 있겠느냐는 푸념이다. 더구나 세제혜택도 구름잡기 식으로 규정되어 있어 기업주가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부 노동관계자들은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된다고 해도 대기업과 영세 중소기업과의 현존하는 처우 격차를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도 일부나마 기금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등의 보완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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