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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무용|잊혀진 여름무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약 1개월 남짓 개점휴업 상태로 무더위 한철을 넘긴 음악·무용계가 가을을 앞두고 활기를 되찾고 있는 가운데 여름철 「공연 비수기」가 너무 길었다는 지적이 많다. 봄·가을의 공연 성수기에는 결혼 시즌에 예식장 잡기보다 공연장 빌리기가 훨씬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너나없이 무대에 뛰어오르는 연주자나 춤꾼들이 여름에는 국내 공연에 너무 소홀하다는 것.
사실상 「아메리칸 댄스 페스티벌·서울」과 서울 페스티벌 오키스트라 창단 공연 및 일부 휴양지의 야외공연을 빼면 손꼽을 만한 음악·무용행사가 거의 없었다. 그 반면 이런저런 계획으로 해외 나들이에 분주했던 공연 단체는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여서 『여름은 국내 관객들을 내팽개쳐 놓고 외국에 가서 대성공(?)을 거두는 계절이냐』는 비아냥까지도 나오는 실정.
음악평론가 이상만 씨는『영국 에딘버러 예술제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제도 여가를 건전하게 활용토록 하자는 취지로 시작돼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이라며 『거의 모든 공연장이 냉·난방시설을 갖춘 요즘 공연예술인들이 날씨 때문에 공연믈 기피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한다.
미국의 경우 뉴욕은 15년 전까지는 여름 내내 공연장들이 한산했으나 링컨 센터가 「모스틀리 모차르트」(Mostly Mozart)라는 축제를 마련하면서 대성황을 이루게 됐고 뉴욕필이 시내 각 구역을 돌며 수십만 명의 관중 앞에서 연주해 「시원하고 즐거운 여름저녁」을 선사했다. 1백년 전통의 영국 「프롬나드 콘서트」역시 1만 명을 수용하는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세계적 연주자들이 약 1개월간 번갈아 무대에 오르는 여름철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또 보스턴 심퍼니가 여름이면 일반 청중에게 좀더 부담 없는 팝스 오키스트라로 변신하는 예를 들면서 이씨는 『여름철에도 기획하기에 따라 공연계가 대중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무용평론가 김태원 씨도 『공연단체나 세종문화회관·국립극장·예술의 전당 등의 대형공연장들은 피서지로 빠져나가지 못한 시민들이 예술의 감흥속에 즐거움과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여름 프로그램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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