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분유 제조업체인 남양유업의 박건호(60.사진) 대표이사가 11일 현물로 북한 어린이 돕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가 신년 기획 '2007 어젠다 7'가운데 여섯 번째로 제시한 '북한 어린이 키 3cm 더 크게 돕자'는 취지에 호응해서다.
박 대표는 3년 전 사업 협의차 방북했을 때 북한 주민의 비참한 생활상을 실감했다고 한다. 그는 "원산과 금강산 인근 지역을 돌아봤는데 생활 수준이 1950년대 한국 사회를 방불케 했다"고 말했다. "먹을 게 없어 산나물을 채취하고 뽕잎을 따먹는 사람이 있었다. 어린이들 키가 너무 작고, 몸이 말라 있어 가슴이 아팠다"고 회고했다.
남양유업은 이번 주 중 대북 지원단체를 통해 자사의 어린이용 두유제품 '아기랑 콩이랑'(180㎖.봉당 1000원) 10만7000봉을 보낼 계획이다. 이 제품은 인천항에서 선적돼 북한 전역의 유아 보육 시설 14곳에 공급된다.
-북한 어린이를 지원키로 한 이유는.
"'남북 간 어린이 체형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중앙일보의 제안에 공감했다. 두뇌.장기가 한창 형성되는 영.유아들에게 영양 실조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한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일각에선 북한 핵 문제 해결 때까지 대북 지원을 일절 중단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분유.두유는 군사용으로 전용될 품목이 아니다. 정부가 금지하면 모를까 그 정도 지원은 한 민족으로서 응당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앞으로 유아용품 관련 업체들의 뜻을 모아 북한 어린이를 돕는 다양한 방법을 찾겠다."
-왜 두유인가.
"북한 어린이에게 전달될 두유 제품은 주 원료가 식물 단백질인 콩인 데다 성장.발육을 돕는 각종 영양소가 들어 있어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맞춤형 제품이 될 것이다."
이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