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한 직업인으로 사회에 기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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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경기 구두닦이모임|미화 중앙협의회
『구두닦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천대의식을 불식시키고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 떳떳한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 사회에 작은 기여라도 하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구두를 아름답게 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라는 뜻을 가진 한국미화중앙협의회는 그렇게해서 90년2월 태어났다고 이 모임의 박충권회장(42)은 말한다.
서울·경기도 일원에 약2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이 모임은 서울한강로1가303의3 대흥빌딩 2층에 12평 규모의 허름한 사무실을 마련해놓고 「공존공영·인지교육·기술혁신·번영정착」의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만남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월1만원의 회비로 운영되는 이 모임은 본부지휘아래 22개 구지부가 경쟁적으로 갖가지 선행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봄에는 성동·은평지부의 2백여 회원들이 「사랑의 구두닦이운동」을 벌여 하루 수익금 모두를 전북의 일부 고아원과 지부구역내 소년·소녀가장돕기에 써 주위의 관심을 모았다.
중랑지부 46명의 회원들도 90년초부터 구두닦은 돈을 푼푼이 모아 5명의 불우 청소년에게 지속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외동딸과 단칸 월셋방에서 살면서 최근 만성신부전증환자에게 콩팥을 기증하는 훈훈한 인정으로 주위사람들을 감동시킨 김종순씨(44·서울성수1가2동671)도 이 모임회원이다.
38년간 구두를 닦아온 이기량씨(52)는 『늘 사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에 사랑을 깨닫기 힘든 상황에서 살아온 회원들이 좋은 일을 실천하고 기쁨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며 이 모임의 역할에 즐거워했다.
이 모임의 30여 임원들은 매달 한번씩 모여 각종 봉사사업을 구상하는데 봄·가을에는 1천∼2천여 회원과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체육대회를 열어 우애를 다지기도 한다는 것,
박회장은 선행을 체계적으로 널리 실천하기 위해 앞으로 이 모임을 법인화하고 지방조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갖고있다
슈퍼마켓·「물장사」를 하나 망해 한동안 좌절감으로 방황하다 『밑바닥부터 철저히 다시 시작하자』는 각오로 10년전부터 구두닦이에 나섰다는 박회장은 『외국의 경우처럼 작업환경을 근대화시키면 회원들이 구두닦이를 평생의 직업으로 삼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이를 위해 회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항상 구부리고 일해 디스크환자, 구두약의 독성으로 피부병에 시달리는 환자가 적지 않아 걱정이라는 박회장은 앞으로 회원들이 자신의 건강에도 관심을 쏟도록 의사 등을 초빙, 세미나 등도 가질 계획이라고.
그는 구두닦이들이 구두수선을 범행함으로써 고무·가죽 등의 물자절약으로 1년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외화를 절약하는데 이바지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단지 외양으로 사람을 판단하기 말고 성실한, 직업인으로 봐달라』고 회원들을 대신해 당부했다.

<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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