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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전·잡채 … 설 음식은 고열량 덩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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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음식은 대부분 고지방.고열량 식품이다. 열량이 높은 알코올도 평소보다 많이 마신다. 가족.친지와 대화.놀이하면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 신체 활동량이 줄어든다. 또 여럿이 한 상에서 식사를 하게 돼 평소보다 식욕.식탐이 왕성해진다. 설날은 '살이 찌는 네 가지 조건'을 두루 갖춘 셈이다.

서양에선 긴 휴가 뒤 체중이 늘어나는 현상을 '홀리데이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명절 증후군'과 비슷하다. 미국에서 약 200명을 대상으로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에 이르는 동안의 체중 변화를 조사했다. 이 기간에 체중은 평균 0.6㎏ 늘어났고 이 증가분은 다음해까지 그대로 유지됐다(뉴잉글랜드의학저널 2000년 3월).

◆세찬이 요주의 대상=설날 차례상과 세배 손님 대접을 위해 장만하는 음식을 통틀어 세찬(歲饌)이라 한다. 떡국.떡만두국.세주(歲酒, 설에 마시는 찬 술).족편.갈비찜.조기찜.쇠고기 산적.전.녹두 빈대떡.잡채.식혜.수정과.강정.인절미.햇김치 등이 여기 속한다.

살을 빼야 하는 처지라면 세찬의 총 열량을 먼저 계산해 보자. 떡국은 쇠고기 국물.고기.달걀 지단 등 고열량 재료로 만든 음식. 1인분(한 그릇) 열량이 450~550㎉에 달한다. 떡만두국 열량(한 그릇)도 500㎉ 내외로 떡국 못지 않다. 떡국이나 떡만두국 한 그릇만 먹으면 한 끼 적정 열량(700~800㎉)을 거의 섭취하는 셈이다. 따라서 곁들여 나오는 다른 음식은 최대한 적게 먹어야 한다.

갈비찜도 요주의 음식이다. 지방 함량과 열량이 다른 부위보다 높다. 갈비찜(대접 한 개)의 열량은 300㎉나 된다. 살찌지 않는 갈비찜은 기름을 완전히 제거하고, 설탕을 적게 넣은 것이다.

생선전.파전.돼지고기 완자전 등도 고열량 식품이다. 파전 한 접시(작은 것)만 먹어도 101㎉. 채소가 든 화양적의 열량도 예상 외로 높다(100g당 150㎉). 식용유를 두르기 때문이다.

당면.참기름을 원료로 해서 만드는 잡채도 고열량 음식. 1인분(개인접시 한 개) 열량이 200㎉. 속보로 30분은 뛰어야 소모할 수 있다. 잡채에 참기름을 가능한 한 적게 넣는 것이 열량을 줄이는 요령이다.

◆음식은 작은 그릇에 담는다=과식을 피하려면 작은 그릇을 써야 한다. 작은 그릇에 수북이 담긴 음식을 먹으면 금세 포만감이 든다. 김치.채소는 작은 보시기에 수북하게 담고, 생선은 뼈째, 조개는 껍데기째 조리해 작은 그릇에 담으면 훨씬 푸짐해 보인다. 특히 열량이 높은 갈비찜.전유어는 반드시 작은 그릇(1인분용)에 담아 먹는다. 떡국은 작은 그릇에 담아 반만 먹고 대신 삼색나물(시금치.도라지.고사리)로 모자라는 열량을 채우자.

설 음식은 저열량 음식(채소.채소 샐러드.나박김치.생선구이 등)을 먼저 먹어 배를 채운 뒤 갈비찜 등 고열량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식용유를 줄인다=나물.전.찜 등 설 음식에 식용유를 최대한 적게 사용하는 것이 열량을 낮추는 비결이다. 나물은 볶기 전에 살짝 데치면 기름이 나물에 덜 흡수된다. 강한 불에서 소량을 물로 볶은 뒤 기름으로 맛을 내는 것도 방법이다. 전을 부치거나 고기를 볶는 도중에 기름을 추가로 넣으면 음식에 기름 흡수가 많아진다. 따라서 처음부터 적정량을 넣어 한번에 조리하고 너무 센 불에 조리하지 않도록 불 온도를 잘 조절해야 한다. 전.편육을 데울 때는 전자레인지를 사용하거나 기름을 두르지 않고 달궈진 팬에 그대로 데우는 것이 좋다. 음식의 간이 짜면 식욕을 돋워 과식하기 쉬워지므로 싱겁게 조리하는 것도 잊지 말자.

◆세주를 자제한다=청주 한 잔의 열량은 70㎉. 5잔을 마시면 밥 한 공기 열량(300㎉)보다 높다. 소주 3잔이면 180㎉, 맥주 2캔이면 260㎉다. 술과 함께 전유어.고기반찬 등 기름진 음식을 안주로 곁들이면 금방 떡국 한 그릇 열량(500㎉)과 비슷해진다.

음식.술을 과다섭취해 복통.설사.소화불량 등 위장장애가 생기면 한끼 정도 금식하는 것이 좋다. 대신 따뜻한 보리차.꿀물 등으로 탈수를 막고 상태가 호전되면 죽.미음 등 부드러운 음식부터 먹기 시작한다.

◆도움말: 숭의여대 식품영양과 이애랑 교수, 식품의약품안전청 박혜경 영양평가팀장,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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