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예고한 소 「검은 대령」의 미지회견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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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르비실각 예정된 수순”/동구 포기·거지국 전락·연방해체 방관/군부·대중과 동시에 멀어져 설 땅 잃어
작년 12월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 사임전후부터 고르바초프에게 쿠데타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개혁노선에 반기를 들어온 인물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았던 사람은 소련 최고회의내 강경파 「소유즈그룹」의 리더 빅토르 알크스니스대령.
「검은 대령」으로 불려온 알크스니스대령이 미국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와 회견,최근 미 월드모니터지에 소개된 견해를 보면 이번 고르바초프의 실각은 이미 예정된 수순의 하나였음을 읽을 수 있다. 다음은 토플러가 알크스니스와 회견한 후 동지에 기고한 내용의 요약.<편집자주>
소련에서 쿠데타를 일으킬 수도 있는 인물로 많은 사람들이 지목하는 알크스니스 대령은 현재(지난 7월)와 같은 추세가 즉각 바뀌지 않는다면 소련은 필연적으로 내란에 직면할 것이며 이 내란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가 지적한 바와 같이 고르바초프는 혁명적인 파워게임의 주요 원칙을 어기고 있었다. 그 원칙은 「절대로 군대와 대중으로부터 동시에 멀어지지 말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군장교들 입장에서 보면 고르바초프는 동유럽을 잃었을 뿐 아니라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초강대국에서 서방원조나 기술을 동냥하는 「거지국가」로 소련을 전락시킨 것이다.
소련 연방정부는 사실상 파산상태에서 지난 4월부터 군장교들의 월급조차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알크스니스 대령은 월급때가 되면 『군인들이 뛰쳐나가 은행을 털 것이다』라는 농담이 널리 퍼져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군대는 미사일·핵무기·생화학병기로 무장하고 탱크와 전투기를 동원,고르바초프 정부와 보리스 옐친의 러시아공화국 정부를 쓸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알크스니스 대령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옐친 및 다른 급진파,그리고 공화국 지도자들이 연방을 해체하려 하고 있으며 고르바초프는 이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라트비아인으로서 알크스니스 대령의 또다른 우려는 라트비아·그루지야·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이 독립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군의 붕괴다.
군의 붕괴는 적군·국가보안위원회(KGB)군·내무부군의 분열을 의미한다.
이같은 사태에 대해 알크스니스 대령은 선언했다.
『군을 분열로부터 막아야 한다. 군을 구할 수 있으면 연방을 구할 수 있다.』
알크스니스 대령은 알렉산데르 야코블레프 전 대통령고문,바딤 바카틴 전 내무부장관 등 고르바초프의 측근들이 발트3국과 다른 공화국에서 불법적인 군사력을 구축하는 것을 묵인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소련 최고회의 석상에서 고르바초프의 면전에 대고 『민족주의자들로부터 군을 보호하라. 그렇지 않으면 군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군의 위기는 경제위기와 맞물려 있다. 고르바초프의 소심한 경제정책은 중앙통제기능을 파괴하고 자유경제체제로 대체하는데 실패,경제를 붕괴시켜 놓았다.
소련인들의 식탁에서 음식이 더 적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88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의 기고에서 나는 고르바초프가 경제가 안정되기전에 군을 약화시키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는 달리 중국의 덩샤오핑(등소평)은 경제개혁을 통해 빵을 늘린 후 군을 축소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고르바초프는 군에 먼저 도전한 것이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적군을 철수시켰으며 동유럽군대의 철수에 합의하는가 하면 핵무기감축·국방예산 삭감 등을 단행해 군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이러한 것들이 알크스니스 대령이 제기한 문제들이다.<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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