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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항일투쟁·사랑 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KBS가 북한현지촬영과 배역협조 등 북한으로부터 제작지원을 받는 TV드라마 제작을 추진하고 있어 방송계안팎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로선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북한의 반응이 없는 상태여서 성사여부는 미지수이나 제작지원이 이뤄질 경우 TV드라마 부문은 물론 남북예술작품 교류의 물꼬를 튼다는 측면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10일 통일원으로부터 대북 접촉승인을 받아낸 KBS가 북한의 평양 등지를 무대로 제작을 기획하고 있는 작품은 고 김내성씨 원작인 『청춘극장』.
김씨의 50년대 초기 대표작인 『청춘극장』은 동경유학파, 독립운동가, 청년문학도 등 세사람의 행로를 통해 일제시대 때 조국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의 고뇌와 갈등을 묘사한 작품으로 한때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서울·평양·상해 등 남·북한과 중국이 주무대이고 이데올로기를 다루지 않은데다 젊은이들의 사랑과 항일투쟁의 얘기가 작품 저변에 깔려있는 점을 감안, 지난해부터 KBS는 중국과의 합작 TV드라마 제작을 추진해 왔다.
KBS가 북한의 제작지원을 요청키로 구상한 것은 올해초. 이 같은 작품성향이 북한측에서 볼 때도 민족의 공감대가 있지만 최근 불기 시작한 남북의 관계개선 바람에 힘입어 조심스레 작업을 추진하게된 것이다.
KBS는 6월중순께 정부에 의사타진을 한 결과 긍정적인 반응을 받은데 이어 관계당국의 협조를 거쳐 통일원으로부터 북한지역촬영 등을 포함한 대북 접촉승인을 받았다.
이미 중국쪽과는 영화사인 서안전영제편창과 드라마 공동제작에 합의를 해놓은 입장인 KBS측은 북한의 제작지원을 받기 위해 중국의 미 수교국 접촉창구로 알려진 화예공사 등을 통해 북한측의 의향을 알아보고 있다.
중국의 관계당사자들은 KBS측의 이 같은 발상이 좋은 만큼 비공식 대북접촉 창구로 나서기로 했으며 현재 KBS측의 구체적인 촬영협조요청내용을 지난달 중순 북한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드라마제작진은 북한내에서의 촬영장소를 평양을 중심으로 압록강·신의주 등 몇군데를 잡아놓고 있다.
드라마 주인공의 활동무대이기도 한 이들 지역을 국내방송인으로선 처음으로 화면에 담기를 희망하는 제작팀은 일이 원만히 추진될 경우 북한 연기자들의 참여도 생각하고 있다.
한국·중국 양측의 주연급 출연자 배역구성이 이미 끝난 뒤라 현실적으로 중요 역할을 맡길 수 없는 상황이나 기타 연기자들의 참여를 적극 검토중이다.
그러나 KBS측은 아직 북한의 공식반응이 없는 상태라 이번 일을 신중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예능국 장형일부주간(53)은 『현재로선 구체적으로 진전된게 아무 것도 없어 무척 조심스럽다. 북한측의 의사가 고려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느낌을 주고있으나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제작팀은 북한의 촬영협조 승인이 나면 연내에 제작에 착수할 계획이다. TV드라마 제작진의 방북과 현지촬영, 북한 연기자들의 참여희망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는 두고 보아야 알겠지만 어쨌든 점진적인 문화교류의 디딤돌이 될지도 모를 이번 제안은 전향적 남북교류자세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는게 주변의 시각이다.

<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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