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펀드 수탁고 썰물, 해외펀드 유입 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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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반면 외국 자금을 모아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는 계속 커지고 있다.

투신협회에 따르면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한 투신권 전체의 수탁고는 25일 현재 99조원을 기록했다. 투신 수탁고가 1백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5월 이후 처음이다. MMF를 포함한 수탁고 역시 2001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백38조원대로 급감했다. 투신협회 관계자는 "시장의 혼란으로 투신 상품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이달에만 무려 11조원이 빠져나갔다"며 "투신권의 운용자금이 줄어들면서 외국인을 견제할 수 있는 여력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탁고가 급감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SK글로벌 회계부정.카드채 환매사태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LG카드 문제가 떠오르며 투자자들이 실적배당 상품인 투신권 펀드에서 자금을 빼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 펀드의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글로벌이머징마켓펀드 등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에 6천8백3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지난 10월 이후 5천3백억달러의 자금이 들어왔으며 아시아 전체로는 9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등 아시아 증시로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해외 큰손들의 한국 증시 투자는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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