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아침에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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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아침에겐

아침이 되기 전의 바스락거림이 있다

짐작건대

세간엔 맑은 슬픔이 되기 전

자작나무 껍질에 닦은 눈동자가 있다

입 딱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바위 위에 잠시 앉았다 떠난 새에겐

초록의 입술 한 점 물어 올린

날기 전의 비틀거림이 있다

산마루가 보이기 전에

오랫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게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날 아침이 아니었다면 새는 어미의 입맞춤을 몰랐을 것이다. 밤이 길고 길었던 그 아침이 아니었다면 바위가 바람처럼 자신을 밀어주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알에서 새가 나오고 슬픔 속에서 기쁨이 나온다는 것도, 산마루도 또 다른 산마루도 스스로 어두워지고 밝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 턱이 없었을 것이다.

<김선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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