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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업체 직원의 메일"딸아,교복장사 한다 얘기 말아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0만원을 웃도는 고가의 교복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요즘. 관련 기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딸을 뒀다는 한 교복업체 직원이 언론사에 보내온 메일 한 통이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인터넷 신문 머니투데이를 통해 보도된 '70만원짜리 교복에 대한 항변' 기사에 대한 반론을 담은 글이다. 메일은 교복 가격이 학생 및 학부모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값에만 초점을 둔 일부 왜곡.과장 보도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모두 파렴치한으로 매도되는 분위기가 견디기 힘들다는 내용을 담았다. 딸은 뒀다는 이 직원은 "아이가 영문도 모르고 왕따를 당할까봐 아빠가 교복장사 한다고 먼저 얘기하지 말라고 한다"며 착찹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하는 메일 원문.

<한 교복업체 직원의 메일 원문>

'70 만원 짜리 교복'에 대한 항변을 읽고 어렵게 글을 씁니다.

저도 직접적인 학생복 업계에 일원으로,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 교복값 논쟁에 대하여 무리를 일으킨 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고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너무도 답답하고 가슴이 터질 듯 하여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이 글을 올립니다.

저는 직장 생활 만 16년차고 신사복을 만드는 일을 하다가 학생복 일을 시작한지 이제 12년이 되어 갑니다. '소나기는 피해가야 된다'는 업체에 근무하고 있고 학생복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 있는 아주 평범한 직장인이기도 합니다.

최근 교복과 관련된 일방적인(?) 보도이후 그래도 진실되게 현실을 그대로 기사화한 내용에 이런 용기가 생겨 메일을 보냅니다. 기사의 내용처럼 너무 와전되고 부풀려진 상황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본질과는 다른 방향으로 몰아가는 듯하여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 상황에서 기자 또는 방송이라면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니 이러이러한 대안을 제안토록 조정도 할 수 있을 텐데 '교복 업계의 폭리' 또는 '비리', '70만원 짜리 교복' 등 본질의 왜곡 내지는 과하게 부풀리는데만 너무 혈안이 돼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안별로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1. 교복값이 비싸다.

이번 계기로 학생복 업계도 불필요한 거품을 빼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하리라 봅니다.

다만 현재의 가격구조에서 어느 정도의 지출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부가세, 유통수수료, 재고부담, 인건비 등을 감안하여 생각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예로 24만원 교복값에 10만원의 마진이 생겼다고 가정합시다. 부가세(10%), 유통수수료(10% ̄15%)만을 감안하여도 상당한 지출이 있어야만 하구요, 그 외 100%를 팔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은 만천하가 알고 있을 내용이니 재고부담 등을 감안 않고도 기타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으리라 봅니다.

업체간의 과당 경쟁으로 대리점 자체 판촉물 및 사은품으로 수입 구조가 악화되는 부작용도 어느 정도는 인정합니다만, 이번 기회에 많이 정화 되리라 봅니다.

또한 학생복을 생산하며 보이지 않게 발생하는 원자재의 재고 보유 부담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입니다. 전국 학교 4500개 ̄4900개를 취급하는 업체들 입장에서 원자재의 재고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이는, 한학교당 평균 50매여장을 생산하는 구조로 원단 소요량의 극소화가 부르는 부작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참고로 원단의 종류수가 동, 하복 합쳐서 2000가지가 넘습니다).

일반 의류의 구조도 같이 맞비교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의류업계가 흔히 이야기하는 원가의 몇배수 얘기는 굳이 언급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원가대비 2 ̄2.5배수 정도의 구조가 문제라면 대한민국의 의류 브랜드 전체가 문제라는 이야기일테고 그렇다면 운동화, 구두 등의 생필품 전체는 떳떳할 수 있나요?

시장 원리에 의한 자율 경쟁에서 학생복은 "정서상...."이라는 내용이 첨가돼야 한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합니다만, 현재의 일부 시민 단체의 논리는 너무 일방적이고 무책임하다고 여겨집니다.

학생복 일반업자들과의 비교도 황당합니다. 이런 논리라면 평화시장, 동대문 시장의 제품들도 질 좋고 디자인 좋은데 브랜드의 제품과 몇배의 가격차이가 왜 나느냐 라고 질문하면 뭐라고 답변해야 합니까?

'신사복은 18만원 하는데 교복값이 30만원이라니..'라는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사'라고 하면 또 '기자'라고 하면 본인의 글이 얼마나 파급 효과가 있는지도 아셨으면 합니다.

브랜드 신사복 18만원짜리가 어떤것 인가요?

저 또한 유수의 브랜드 신사복을 하다가 학생복을 하고 있습니다만, 제품의 사양은 학생복이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어려운 복종도 있습니다.

기사처럼 학생복 19만 ̄24.5만원의 구조는 3 ̄4pcs 기준이며 '상대비교'는 동일한 조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학생복 업계에는 이월제품의 '가격이원화(인하)'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관례(학생복은 재고 구분이 없다)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2년전부터 일고 있으니 지켜봐주시고, 이로 인한 고통 또한 우리가 겪고 있는 아픔 중에 하나입니다. 학생복의 경우 재고를 다른곳(학교)에서 팔 수 없는 구조라서 이익금에서 우리가 소화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2. 학생복 착용을 5월부터 실시하겠다.

옛날 속담에 '빈대(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도리어 학생복 업계의 심정을 이해해 주는 분들이 생길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현재 일반 의류값이 얼마인지 알고들 하시는 정책인지 의구심이 들며 브랜드 선호 욕구가 학생들이 얼마나 심한지를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들 같습니다.

30대 후반 ̄40대 초반 사람들은 '교복자율화'의 바람을 겪은 세대라고 생각하는데 그때와는 지금의 아이들은 더더욱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3월과 4월' 시기적인 문제도 있어 동복과 춘추복을 모두 사 주셔야 하는데 시장 조사라도 해보고 실행하시도록 윗분들께 진언바랍니다. 교복처럼 일주일내내 한벌로 버틸 수 없는 구조에다가 신발의 코디도 만만찮은 부담들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어찌하여 엉뚱한 바람이 불어서 불필요한 낭비를 하시려고들 하시는지. 상기 내용으로 크게 두가지만 언급을 하였고, 변명이라면 변명이겠으나 이런점도 있음을 한가지만 더 말씀 드리지요. 얼마전 대리점 한분과 전화통화를 한적이 있습니다. 요약하면 자식이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아빠가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는지에 대한 물음이 있으면 "학생복을 파셔요"라고는 절대 대답하지 말라고 하셨다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나눌 때 까지는 웃으며 얘길 나누었는데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하니 저도 걱정이 앞서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큰 딸을 불러서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OO야, 너도 학교에서 아빠가 학생복 회사에 다닌다고는 먼저 얘기 하지 마라"고. 딸의 "왜"라는 질문에 답을 주지는 못했습니다만 이런 말을 속으로 몇번이고 되새겼습니다. "아빠는 네가 이유도 모르면서 학교에서 아빠의 직업 때문에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단다."

학생복 값이 문제라면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요. 방법이 있어도 직접적으로 업체들이 언급하기에는 민감한 사항들이 있어서 조심스러운 것들도 있음을 알아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의 상황은 무턱대고 학생복 관련 사람들은 도둑, 파렴치한, 폭리를 취하는 욕심 많은 놈들 취급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우리도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고 떳떳하고 당당한 아빠, 엄마가 되기를 바라는 점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언론에서 시민단체에서 지적하는 사항 중 일리있는 주장에 대해서는 겸허히 검토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거품에 대해서는 제거토록 노력하겠습니다. 인위적인 강압에 의한 통제도 어느 정도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런식의 가격인하 방법이라면 비쌀 물건이 어디 있을까요? 자동차값, 기름값, 아파트값, 땅값, 신발값 하물며 라면값까지.

처음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듯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히구요. 본인의 포부처럼 약한자의 입장도 꼭 들을 수 있는 기자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늘 건승하시기를 바랍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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