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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클로즈 업/레저] 랑카위선 게으름도 아름다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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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북서쪽으로 한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 '랑카위'. 적도의 태양 아래 때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휴양지다. 에메랄드빛 바다, 밀가루를 풀어놓은 듯 곱고 하얀 백사장과 축 늘어진 야자수. 적도의 낙원으로 꼽히는 이곳에선 모든 것이 느릿느릿 흘러간다. 아침 저녁 이슬람교 사원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코란의 기도'만이 시간의 흐름을 문득 일깨운다. 국교인 이슬람의 특성상 유흥 문화의 발달도 더디다. '화려함'과 '흥청거림'을 원한다면 이웃 인도네시아나 태국으로 가는 편이 낫다.

제주도의 3분의 1 크기인 랑카위는 특히 해양스포츠가 발달해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란 좌우명 아래 말레이시아 정부가 그동안 전략적 휴양지로 개발.투자한 결실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이색관광은 '호핑 아일랜드(hopping island)'.

8~12인승 배를 타고 인근 섬을 돌아보는 것으로 4시간쯤 걸린다. 이 코스에서 가장 볼 만한 건 섬 한가운데 호수가 있는 '플라우 다양 번팅(임신부의 섬)'이다. 발목을 겹치고 누워 있는 여인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식수 이상의 맑기를 자랑한다. 호수에서 목욕을 하거나 물을 마시면 임신을 한다는 전설이 전해져 각국 신혼부부들이 빠지지 않고 들른다. 호수 한쪽에서 하는 '메기 마사지'도 독특한 경험이다. 수십마리의 메기가 발가락을 간질이며 무좀을 없애준다고 하니 무좀이 있는 사람은 꼭 해보시도록. 코스의 마지막 섬인 싱아베사에서 해산물 바비큐 요리도 실컷 맛볼 수 있다.

'코럴 투어(coral tour)'도 추천할 만하다. '순결의 섬'이라 불리는 플라우 파야 해상 국립공원 산호섬 부근까지 배를 타고 나가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관광객들이 식빵이라도 던지면 크고 작은 수백마리의 물고기들이 순식간에 몰려든다. 바다 속을 헤치고 다니면 사람이 와도 아랑곳 않는 버터플라이 피시.에인절피시.그루퍼 등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열대어와 산호.성게.해삼 등을 만날 수 있다. 물 반 고기 반인 바다에서 열대어와 헤엄치며 새끼상어를 구경할라치면 내가 열대어인지, 열대어가 나인지 분간할 수 없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이를 법하다. 그러나 '마술'에 걸린 여성이라면 바다에 들어가지 말 것. 피 냄새를 맡고 온 새끼 상어들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다. 5천여종의 물고기와 해초.화석 등을 전시한 '판타이 세낭'수족관도 인근에 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명소로 '갤러리 퍼다나'와 조디 포스터.저우룬파(周潤發) 주연의 영화 '애나 앤 킹'(Anna & King)의 촬영장인 '서머 팰리스'도 추천할 만하다. 갤러리 퍼다나는 마하티르 전 총리가 총리 재직 23년간 세계를 방문하며 받은 기념품을 모은 곳. 1백48국에서 받은 3천여점의 기념품이 전시돼 있다. 특히 이곳에는 자개보석함.현대자동차 쏘나타와 그랜저 등 한국 기념품 50여점이 선보이며 봉황자수 등 북한 물건도 상당수 있다. 1996년 만들어진 '서머 팰리스'에는 왕좌와 왕의 의상 등 각종 소품이 전시돼 있으며, 비디오를 상영해줘 세트장과 영화 속 장면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작은 기쁨이다.

랑카위의 또 다른 장점은 쇼핑. 섬 전체가 면세구역으로 지정돼 모든 물건이 말레이 본토보다 싸다.

박현선 기자

*** 여행 쪽지

◇ 가는 길=인천공항에서 랑카위로 가는 직항 노선은 없다. 인천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수도인 콸라룸푸르로 가서(6시간)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콸라룸푸르에서 랑카위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거리. 콸라룸푸르까지는 말레이시아 항공(오전 11시30분)과 대한항공(오후 5시10분)이 매일 한편씩 운항한다.

◇ 화폐=화폐단위는 링기트(RM). 1링기트가 약 3백50원이다. 국내에서 환전할 수 없으며, 미국 달러나 싱가포르 달러로 바꾼 뒤 현지에서 다시 환전해야 한다.

시차=한국보다 한시간 느리다.

◇ 문의=말레이시아 관광청

(02-779-4422, www.mtp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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