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문화재청장 "잘 지은 건축물은 문화재 호화주택 거부감 고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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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의 문화적 향유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고쳐야 합니다. 세금 많이 내고 호화 주택이나 별장을 지으면 그게 결국은 건축 문화유산으로 남습니다. 장려해야 할 일이지요."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7일 호화 건축물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의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한 자리에서다.

그는 "앞으로 100년.200년 뒤 후손이 문화재로 지정할 만한 건축물을 지금 우리 세대가 창출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조선 궁궐처럼 지금의 청와대 건물이 미래의 문화재가 될 수 있을까요? 역사적 가치라면 몰라도 건축적 가치는 잘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건물이 될 것 같지도 않고…."

유 청장은 조선시대 양반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전남 담양 소쇄원(사적 304호)이나 정조시대 창덕궁 안에 재건한 정자 부용정을 예로 들면서 "호화 주택이나 건물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이런 건축물의 탄생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대 최고의 기술과 인력.재력이 투입된 건축물은 규모가 크든 작든 훗날 문화재가 될 수 있다"며 "시민사회운동을 하는 측에서도 고급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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