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자마자 서로 껴안고 인사/남북 대학생 판문점서 만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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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회의겉돌자 북측대표에 외부서 메모
○…12일 오후 분단이후 처음으로 만난 남과 북의 대학생들은 민족분단과 냉전의 상징인 판문점에 들어서자마자 서로 껴안으며 반갑게 인사.
이날 만남은 3시30분쯤 서대기련대표 김기헌군(22·성대 신문 편집장)·최병섭군(23·전건대 신문편집장)·지은경양(22·한대 신문 문화부장) 등 3명이 중립국감독위원회회의실에 들어선 것과 동시에 북측 학생 3명이 회의실에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북측학생대표 최경철(27·김책공대 5년)·이하길(32·조선학생위원회편집부장)·강용철(26·김일성종합대철학 4) 등 3명은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분계선을 넘어 서대기련학생들에게 다가와 『만나서 반갑다』며 악수를 요청.
○고교졸업후 군복무
○…이들은 북측학생의 제의에 따라 각각 자기소개를 마친후 서대기련학생이 북측학생들에게 『왜 그렇게 나이가 들어보이느냐』고 묻자 북측학생은 『고등학교 졸업후 군대를 다녀와서 그렇다』고 대답.
북측학생중 이하길은 『전대협대표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성용승군과 오늘 아침까지 함께 지내다 왔다』며 『남측학생들을 만나러 판문점에 간다고 말했더니 남쪽소식에 대해 몹시 궁금해하더라』고 전언.
서대기련학생들이 『왜 접촉하자는 연락을 늦게 했느냐. 우리는 방북취재가 무산되는 줄 알았다』고 말하자 북측학생들은 『47년만의 만남인데 우리가 어떻게 무산시키겠느냐』며 『통일대축전 준비관계로 바쁘게 움직이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대답.
○범민족 취재요청
○…취재진과 준비요원들을 밖으로 내보낸뒤 김군과 최군의 공동사회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김군은 먼저 『북측 회신이 늦어져 우리측 준비가 부족하다』며 방북취재일정을 늦춰줄 것을 제의.
그러나 북측대표 3명은 차례로 발언에 나서 『남북 청년학생들의 통일 열기를 확인할 수 있는 13일 범민족대회를 취재하지 않는대서야 말이 되느냐』며 약간 신경질 섞인 반응을 보인뒤 『13일 범민족대회부터 취재해야 방북초청장과 안전보장각서를 줄 수 있다』고 맞섰다.
○취재일정 문제안돼
○…남측대표 김군이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미리 적어온 메모를 보면서 범민족대회등 다섯가지 취재대상을 밝히자 북측대표들은 『13일부터 취재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취재대상 같은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해 취재일정에 집착하고 있음을 표출.
회의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표류하자 회의도중 회의장밖으로부터 북측 대표에게 메모지가 한차례 전달되기도 했는데 이를 TV모니터로 지켜본 남측 관계자들은 『상부로부터 모종의 지시가 내려진 것 같다』고 추측.
○…계속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선 끝에 오후 4시43분쯤 북측 대표 1명이 갑자기 『내일 다시 만나 논의하자』고 해 실무접촉은 큰 성과없이 종료.
이어 양측 학생들은 여섯명이 모두 얼싸안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한뒤 헤어졌다.<판문점=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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