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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노비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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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강인순 (60.사진) 노비타 사장은 지난 2년 간의 홀로서기 과정을 돌이켜 볼 때마다 가슴을 쓸어 내린다. 삼성전자의 그늘에서 벗어난 뒤 숨가쁘게 달려온 덕분에 어느 정도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실적도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그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연봉의 1.5% 에 달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도 임직원들에 지급했다"고 웃었다.

◆ 까다로운 납품 기준이 품질 비결=삼성전자가 지난해 소형가전 분야 27개 납품업체를 평가한 결과 노비타는 최고 등급을 받았다. 20년 이상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소형 가전 제품을 생산한 업체인 만큼 품질관리 시스템은 어느 회사에도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었다. 2003년부터는 일본 수출에 나서면서 비데 제품에 일본 수준의 높은 안전 기준을 적용했다. 잘 타지 않는 플라스틱을 재료로 사용하고 누전 차단기를 내장해 화재나 누전 때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1984년 한일가전이란 이름의 전기밥솥 회사를 만들었다. 일본 방문객들의 손마다 '코끼리 밥솥'으로 잘 알려진 조지루시 제품이 들려있던 시절이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우리도 저런 걸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자회사를 만든 것. 1990년대 말부터는 떠오르는 비데 분야에 진출해 2000년 대의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1998년부터는 비데 브랜드명인 노비타를 아예 회사 이름으로 삼았다. 노비타는 '새롭다'는 뜻의 이탈리아말이다.

지난해 말 이 회사 매출은 1000억 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비데에서 벌어들였다. 지난해 비데시장 점유율은 15% 선으로 대림과 함께 2위권을 다툰다. 이 분야 선두는 점유율 25% 선인 웅진이다. 노비타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납품하는 물량을 합치면 시장점유율 격차는 더욱 줄어들 것"라고 주장했다.

◆ 험난했던 홀로서기 과정=1972년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한 강 사장은 노비타에 부임한 2002년까지 30년 간 삼성에서 일했다. VCR 담당 상무와 일본 본사 해외법인관리 총괄 전무를 지냈다. "부임할 때만 해도 삼성전자에 차질없이 납품하며 1~2년 정도 임기를 채우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강 사장의 회고다.

그러나 계열 분리 문제가 불거지며 상황이 돌변했다. 삼성전자는 자회사를 줄이고 공개 경쟁을 통해 납품 업체를 선정하겠다며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이다.

직원들은 삼성 계열사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난다는 점 때문에 적잖이 동요했다. 고용을 보장하고 임금 수준을 맞춰주겠다고 아무리 설득해도 잘 먹혀들지 않았다. 강 사장은 "200명 넘는 직원들엑 10~20년 후의 비전까지 제시해야 하는 자리에 졸지에 오른 셈이이서 중압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2005년 국민연금과 회사를 매각하는 계약이 성사되자 석달 간의 노사분규도 겪었다. 이 여파로 지난해 매출은 1000억원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홈쇼핑 등에서 제품이 인기를 끌며 회사가 안정을 되찾았다. 삼성 납품 물량의 90% 이상을 수주하면서 제품에 대한 자신감도 부쩍 커졌다. 그 결과 자체 상표의 비데 매출은 50% 가까이 늘었고 공공기관의 70% 이상, 홈쇼핑 비데 부분 60% 이상을 점유했다.

해외에서도 품질을 인정받아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200억원 어치 이상을 수출해 지난해 '무역의 날'에 2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영업이익은 2005년보다 오히려 늘었다. 강 사장은 "비데 보급률이 60%를 넘어선 일본과 달리 한국은 1500만 가구 가운데 비데가 있는 곳이 20%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비데 시장은 100만대를 넘어섰다.

◆ 건강.환경 분야서 미래 개척=노비타는 올해를 '2010년 매출 2000억 달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해로 정했다. 신규품목 발굴 및 사업 다각화, 유통망 개척을 통해 종합 가전.통신기기 전문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회사의 첫 제품이던 전기밥솥을 다시 출시하고 가습기와 유무선 전화기 분야의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웰빙 추세에 발맞춰 장차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산소 발생기 등의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고급인력 확보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득이하다는 그의 판단이다. 강 사장은 회사 분리 논의가 시작된 2003년부터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 나섰다. 생산시설이 자리잡은 충청권 대학 졸업자를 중심으로 채용을 해 취직 100일 잔치, 돌 잔치를 직접 챙기며 키운 신입사원들이 벌써 대리급이 됐다. 올 초에 3기 신입사원을 뽑는데 15명 모집에 800여명이 몰렸다. 강 사장은 "사람을 키워 놔야 장기적으로 회사의 발전과 존속을 기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김창우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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