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주변 4강/전문가 의견(막오른 남북유엔시대: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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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중 북­일 수교 여건성숙/“탈냉전” 한반도평화 정착에 이해 일치/명분 잃은 「하나의 조선」정책/김국진 외교안보연 연구실장
남북한은 오는 9월17일 개최되는 제46차 유엔총회에서 형식적인 의결절차를 거쳐 유엔의 정식회원국으로 가입,우리는 남북한의 유엔가입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맞게 되었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서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한다는 것은 유엔이라는 하나의 국제기구에 가입하는 것에 불과한데 무슨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느냐는 식의 회의론적 반응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40여년간 유엔가입 문제를 둘러싸고 남북한이 벌인 외교각축의 핵심쟁점이 단순히 유엔이라는 범세계적인 국제기구의 가입차원을 넘어 남북한이 각기 한반도의 현실과 통일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와 직결되었기 때문에 때늦게나마 이루어진 남북한 유엔동시가입시대를 맞게된 우리의 감회는 별다른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이른바 「하나의 조선정책」이라는 명분하에 대남 사회주의 혁명노선을 추구해왔다. 이러한 기본전략하에 북한은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한반도의 「분단고착화」,또는 「영구분단」을 위한 획책이라고 맹렬히 반대해왔던 것이다.
이제 제46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이루어질 남북한 유엔가입시대의 개막은 북한의 경우 적어도 대외정책차원에서 그처럼 열렬하게 강변해왔던 「하나의 조선정책」의 명분 상실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하에 앞으로 남북한관계 및 한반도 주변 4강관계를 살펴보려고 한다.
유엔가입을 계기로한 향후 남북한관계 및 주변 4강관계를 전망하는데 있어서 핵심변수는 북한이라는데에 큰 이의가 없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한국과 한반도주변 4강인 미·소·중·일은 90년대 「냉전이후시대」의 세계적인 탈냉전과 화해시대를 맞이하여 기본적으로 남북한이 대화를 통하여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일치하고 있다. 이와 관련,주변 4강은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은 어떠한가. 북한도 세계적 탈냉전시대를 맞이하여 적어도 대외정책차원에 가시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북한의 유엔동시가입 결정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핵안전협정 체결 및 IAEA에 의한 핵사찰을 수용키로 했다는 점이다.
남북한관계 전망과 관련,문제의 핵심은 북한이 이러한 대외정책의 변화를 「대남관계」에까지 투영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다. 물론 단기적인 시각에서 볼때 북한은 유엔가입을 전후하여 내부체제의 강화의 필요에 따라 「하나의 조선정책」의 강조 등 통일우선논리를 강변하면서 대남 평화공세를 더욱 적극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보다 구조적으로 북한이 당면한 대내외적 도전요인을 살펴 보면 북한의 대남관계도 서서히 남북한관계 정상화를 통한 한반도의 탈냉전과 평화체제의 구축으로 나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북한이 당면한 구조적인 「경제난관」 타개 및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하여 무한정 대외정책은 「현실적인 정책」을 추구하면서 다른 한편 대남관계는 「하나의 조선정책」이라는 명분하의 혁명노선을 추구하는 이중전략의 추구가 이미 한계점에 달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외정책의 변신 즉 유엔가입과 IAEA의 핵사찰수용 등 태도변화는 바로 북한이 당면한 파탄의 위기에 처해 있는 대내적 「경제난관」 타개를 위한 고육지책과 직결되어있는 것이다. 중·소·동구권 등에서 경제 및 기술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하에서 북한은 일본과의 수교를 통하여 배상금명목으로 상당액의 경제원조를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하여 대일 수교는 물론 서방측으로부터의 경제원조를 원활히 하려는 속셈에서 북한이 대외정책의 변신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북한의 대일·미 수교 및 관계개선 노력의 성공여부는 북한의 대남정책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다.
북한이 기존 대남혁명노선을 지속하면서 미·일 등 서방측으로부터 경제원조를 기대한다는 것이 한·미·일간 밀접한 정책협조등 관계에 비추어 사실상 어려운 것임은 물론이다.
요컨대 북한이 당면하고 있는 대내·대외관계 및 대남관계에서 연유된 도전과 위기의 성격이 구조적으로 상호 밀접한 연계관계에 있기때문에 필자는 북한의 대남관계에 있어서도 아주 단기적으로는 모르되 멀지 않은 장래에 대외정책과 마찬가지로 종래 대남혁명노선의 포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 남북한관계는 북한체제의 성격과 관련,북한체제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남북한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평화공존체제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신중한 낙관론」이 가능한 것이다.
주변 4강관계와 관련,남북한 유엔가입이 곧바로 4강의 남북한 교차승인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소 수교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남북한 유엔가입과 이를 계기로 한 남북한 관계의 진전은 현재 교섭중인 일­북한 수교협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와 동시에 교역 및 인적교류 등 상당한 정도로 실질관계를 축적해온 한중간 수교문제도 보다 용이하게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이 핵사찰 및 남북관계에 가시적인 변화를 보일 경우,미·북한 관계개선도 이룩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한 유엔가입에 이어 이러한 주변 4강의 남북한 교차승인추세가 남북한 평화공존을 촉진·보장하는 잠정조치로서 그 의미가 있음은 물론이다.
결론적으로 남북한 유엔가입은 궁극적으로 한반도평화체제의 구축과 주변 4강의 남북한 교차승인에 연결됨으로써 한반도는 물론,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순기능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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