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자동차공해 교과서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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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나라의 환경교육이 80년 환경처 발족과 함께 본격 추진됐으나 아직까지 걸음마단계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다음 세대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에게 환경의식을 심어줄 학교환경교육이 여러교과에 흩어져 있는 분산식으로 체계적이지 못한데다 학력별 난이도의 불균형·환경전담교사와 교육예산의 부족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국가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학교 환경교육의 실태·문제점·대책을 점검해본다.
◇실태=우리나라의 초·중·고등학생들에 대한 환경교육은 사회·자연·도덕(국민윤리)·실업·국어등 여러 교과에 흩어진 분산식 교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환경을 다룬 교과서는 국민학교 26권(6과목), 중학교29권(10과목), 고등학교45권(22과목)등으로 상당히 많은 편이다.
환경처는 이처럼 정규교과목에 흩어져 있는 환경내용외에 학교환경교육에 도움이 될 학생용및 교사용 교재를 초·중·고별로 제작, 배포했다. 이와함께 지난 85년부터 환경교육의 확산을 겨냥, 「환경보전시범학교」(8곳)를 2년마다 바꿔 지정, 운영해왔으며 88년부터는 전국 시·군·구단위로 중학교1곳, 국민학교1곳등 5백4곳을 「환경보전 중점지도학교」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시범학교에는 3백50만원의 지원금을 주어 특별활동을 돕고 있다.
또 복사한 VTR교재·참고자료를 수시 배포하고 있다.
89년에는 국민환경보호수칙인 「환경보전의 길」을 전국에 돌렸으며 최근에는 쓰레기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국민학생용 환경교육만화 『홍길동 할아버지와 구름타고 별난 여행』을 20만부 제작, 전국 국민학교 6천4백곳·교육기관및 단체 6천8백42곳에 나눠주기도 했다.
◇문제점=우선 교육과정의 내용이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중학교의 경우 사회과에서는 환경교육이 3학년에 몰려있어 1,2학년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환경오염·자원보전·자원에 관한 내용은 「자연환경과 우리생활」단원에서만 취급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지리과목에만 환경교육에 관한 구체적인 단원이 제시돼있고 국민윤리에서는 자연환경·인공환경·인구·자원·환경정화 내용이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쓰레기나 자동차공해부문은 어느 교과목에서도 거의 다루지 않아 최근 도시의 제1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단점을 보완키 위해 환경처는 환경교재를 별도 제작, 각 학교에 보냈으나 연5천여만원의 예산으로는 각학교에 단 1부 밖에 보낼수 없어 교사들조차 구경하기 힘든 실정.
서울 신관중학교 교사 최구옥씨(33)는 『환경교재뿐 아니라 환경처가 배포했다는 VTR자료도 본적이 없다』며 환경처의 환경교육지원이 형식에 그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처럼 환경교육자체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전시행정」차원을 맴돌고 있으나『환경처의 관련예산은 내년에도 6천만원을 넘지 못하는 수준에서 결정될 공산이 크다』고 환경처 학교환경교육담당 박병렬씨(36)는 밝혔다.
이와함께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환경전담교사 또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은 교사를 거의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환경처는 국립환경연구원에서 80년부터 지금까지 민간인 약5천명을 모두 1만4천여명에게 환경교육을 실시해오고 있으나 현직교사들에 대해서는 기껏 교재를 배포할뿐 이렇다할 교육을 실시한 적이 없다.
이밖에도 ▲시범학교에서조차 연39시간의 환경수업시간을 확보치 못하고 있는 점 ▲교육내용이 교과서간 학년간에 중복되고 국민학교과정이 중학교과정보다 오히려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은 점등이 문제점으로 꼽히고있다.
◇대책=환경처는 오는 2000년까지 체계적인 환경교육을 위해 독립교과목을 설치할 것을 적극 검토중이다.
이에앞서 교과내용이 「공해」에 치우쳐 「자연환경」부문을 소홀히 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는 한편, VTR등 시청각교육의 확대를 추진키로 했다.
이와관련, 서울대 유근배교수(사회과학대)는 『미국처럼 지역마다 독특한 자연환경·역사·주민생활등을 반영한 문제 해결모형 프로그램을 개발, 교육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지난80년대초 미시간대연구팀이 개발한 루즈강유역의 환경프로그램은 타임머신을 타고 2백∼3백년전으로 되돌아 갔을때 환경오염이 과연 있었으며 원주민들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또 수십년후의 미래는 어떻게 될것인지 상상케하고 수질오염도 자료등을 활용, 주민들의 환경의식을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우 70년초부터 환경교육을 철저히 하기 시작한 덕분에 국민들의 환경의식이 크게 높아져 최근에는 백화점 포장안하기등 환경보전 실천운동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며 평생교육차원에서 환경교육의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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