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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2+5 막막' 재경부 넋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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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하더라도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정책을 만들었다."

5일 정부가 발표한 '인적자원 활용 2+5 전략(2년 일찍 취직하고 5년 늦게 퇴직하게 하자는 방안)'의 입안에 참여한 재정경제부 임영록 차관보의 말이다. 일러야 2010년 이후에나 효과가 나타날 정책을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지금 발표하는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임 차관보는 "고령화와 저출산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2010년 이후에는 심각한 구인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선이 있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하는 게 정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안 발표가 계속되면서 기자회견장은 썰렁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교육부.보건복지부.노동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대부분 지난해 7월 발표된 '비전 2030'에 포함된 내용을 재탕했기 때문이다. 학제 개편의 방향을 묻자 교육부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 구체적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말을 못한다"며 물러섰다. 대책을 총괄 조정한 재경부 관계자도 "구체적인 안은 앞으로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정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나아갈 방향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만 강조했다.

당장 청년실업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런데도 병역 기간을 6개월 단축하면 구직난만 더 심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노동부 관계자는 즉답을 못했다. 불과 4년 뒤 청년실업이 구인난으로 뒤바뀌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이번 대책 수립에 참여한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정부 지원을 장담했지만 구체적으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정해진 게 하나도 없다"고 인정했다. 게다가 대책을 실행하자면 관련법을 고쳐야 한다. 그러나 5일 당정협의조차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이 참석하지 않아 반쪽짜리가 됐다. 여당의 탈당 여파로 이미 사임한 강봉균 정책위의장의 후임을 뽑지 못한 탓이었다.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그러나 부처 간 협의도 제대로 안 된 설익은 대책까지 쏟아내는 게 정부가 할 일일까. "여당조차 대선에 관심이 쏠려 있고 각종 이해집단의 로비와 반발도 불 보듯 뻔하다"며 "앞으로 어떻게 정책을 구체화할지 막막하다"는 재경부 관계자의 넋두리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정경민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