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라!논술테마] 악플은 감정 배설일 뿐…무시하고 눈 감는 게 상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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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에는 작동 원리가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의 '몰입(flow) 이론'을 빌려 설명해 보자. 어떤 일에 빠져들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분명한 목표와 적절한 난이도, 빠르고 분명한 반응(feedback)이 그것이다.

악플은 이 조건을 모두 갖췄다. 먼저 악플에는 저명 인사, 민감한 이슈 등 '공격 목표'가 명확하다. 대상이 분명할수록 읽는 이의 분노는 뚜렷한 법이다.

둘째, 악플 다는 일은 비뚤어진 감정을 드러내기만 하면 되니까 어렵지 않다. 악플러는 누군가 반응을 보이기를 기대한다. 거기에 댓글을 다는 사람은 곧 공격 목표가 된다. 이런 악순환을 거치며 악플은 점점 더 추악하고 거대하게 자라난다.

악플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미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레저러스는 '감정과 이성'에서 문제 해결적 대처와 감정적 대처라는 두 가지 접근법을 비교한다.

악플러는 문제를 풀려고 말문을 여는 게 아니다. 그냥 감정을 배설할 뿐이다. 그래서 이성과 설득으로 악플을 잠재우려는 문제 해결적 대처는 효과가 없다.

악플을 잡으려면 감정적 대처가 좋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으로 맞서라는 게 아니다. 상대가 흥분할수록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며 차분해져라.

악플러의 정신 연령은 낮다. 옳고 그름을 가늠하지 못하고 아무 데서나 분노를 터뜨리는 아이에게 맞대응해 봤자 좋을 게 없다. 조용히 무시하고 눈을 감아라.

게시판이 잠잠하면 악플은 수그러들게 마련이다.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공식이 거꾸로 작용하는 것이다. 악플에 대한 반응이 없으니 싸울 목표가 없고, 반응이 없으니 글을 쓰는 재미도 없다. 수준 높고 교양 있는 댓글에 대응하려면 글쓰기가 버겁다.

악플에 칼날을 세우지 말고 자신의 분노를 조용히 돌아보며 다스려라. 그러면 내 인격은 오히려 악플로 한껏 고양될 것이다. 그리고'낚시질'에 실패한 악플러는 부끄러워하며 물러날 터다. 악플에는 무시가 약이다.

안광복 교사(중동고.철학)

☞생각 플러스:악플의 공격 대상이 됐을 때 대처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이며,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을 들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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