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거듭될수록 의혹 증폭/의문의 박 교주 남편 이기정씨 행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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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85년 오대양 직원들과 축구시합/경찰진술·청문회증언 서로 달라
오대양사건을 전면 재수사하고 있는 대전지검이 집단변사와 관련 박순자씨의 남편 이기정씨(58·전충남 도청건설국장)를 5일중으로 소환 조사키로 함에따라 이씨의 변사사건 관련여부가 관심을 끌고있다.
이씨는 87년 경찰에서의 진술과 5공청문회 당시의 증언이 상당부분 다를 뿐아니라 당시 행적에도 의문점이 많아 오대양사건에 깊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씨는 오대양 사건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자신은 부인 박씨의 사채모집과회사 운영에 대해 전혀 아는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또 자신은 부인 박순자씨를 찾기위해 처남과 함께 용인공장에 처음 찾아갔다가 우연히 집단변사를 발견했을 뿐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씨의 이같은 주장은 자신의 거듭된 진술번복과 새로운 증인들의 상반된 증언으로 의혹을 사고있다.
87년 3월 생산직 대리로 오대양에서 근무했던 김모씨(35)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기정씨는 내가 용인공장에서 근무할 당시인 85∼86년 아들 영호씨 (87년사망)와 함께 2∼3차례에 걸쳐 공장에 들러 신축중인 공장건물을 둘러보곤 했다』며 『이씨는 특히 85년 가을 대전 오대양 본사에서 함께 올라온 직원 10여명 및 용인공장직원들과 어울려 빗속에서 축구시합을 했을 정도』라고 폭로했다.
김씨는 『85년 8월 부인 박씨와 오대양직원 김도현씨등 10여명이 이씨가 소장으로 있던 충남공주의 도로관리사업소를 방문했을때 이씨가 이들에게 (주)오대양의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등 회사문제를 심도있게 알고 있었다』고 말해 이씨가 오대양 경영에 깊이 관여했음을 시사했다.
이씨는 87년 사건직후 충남도경에서 『8월29일 오후 3시30분쯤 처남과 함께 오대양 공장건물 천장에서 32명의 변사체를 발견하고 같은날 오후4시쯤 관할 용인 경찰서 남사지서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오대양공장식당 종업원 김영자씨(45·여)는 88년 5공청문회에서 『29일 오전11시쯤 시체를 처음 발견하고 낮12시쯤 8㎞쯤 떨어진 오산 성심병원으로가 이기정씨에게 변사사실을 알렸고 이씨는 오후1시쯤 공장에 도착했다』고 증언,이씨가 최초의 시체발견자가 아니고 시체발견 시간도 이씨의 주장과는 2시간20분이나 차이가 난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또다시 경찰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5공청문회에서는 자신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신고하라」고 말했을 뿐이라며 엇갈린 증언을 했다.
8월29일 새벽 오대양공장에서의 정화진씨(45·여·당시 식당종업원)구타사건도 의혹이 많다.
당시 이씨는 경찰에서 장모가 공장에 있었다는 사실도 숨기고 부인 박씨의 소재를 알면서도 숨기는것 같아 홧김에 정씨를 기타로 때린뒤 오산성심병원에 입원시켰다고 진술했었다.
그러나 정씨는 경찰에서 이씨의 처남 박용주씨(35)에게 맞았다고 말해 거짓임이 드러났다.
이에대해 이씨는 5공청문화에서 『모든 것을 내가 책임지려고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정씨를 치료했던 성심병원 당직의사 김모씨는 『환자의 좌측머리에 길이 4㎝,깊이 1∼5㎜의 상처가 난 걸로 보아 기타보다는 각목에 맞아 난 상처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게다가 현장에 있었던 오대양 직원 3∼4명이 정씨의 상처가 입원할 정도가 아니라는 의사의 의견을 무시하고 반강제로 정씨를 병원에 입원시켰다는 부분도 석연치 않은 느낌을 주고 있다.
이에앞서 이씨는 28일 오후1시50분쯤 오대양 용인공장으로 찾아온 건물주인에게 『우리는 채권자다. 지금 채권자들이 회의를 하고있으니 못들어 간다』며 건물주의 공장방문을 막았던 사실이 주위사람들의 진술로 밝혀졌는데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고 강변했었다.
이씨는 사건현장에 달려온 용인서 기명수 수사과장에게 『천장에 올라가면 중요한 서류가방 혹은 장부가방이 있으니 좀 꺼내달라』고 부탁했으나 사람이 죽었는데 무슨 서류가방을 찾느냐는 힐책을 받자 곧바로 『거기 올라가면 내 처자식이 있을 것이니 좀 확인해 달라』고 말을 바꾸는등 모든것이 의혹투성이임이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함께 사건당시 공장식당옆방에서 잠을 자다 『매형 왜이래. 이럴때 일수록 정신차려야 돼』라는 말을 들었다는 윤임순씨(72·여)의 최근 증언도 이씨가 집단변사사건과 직·간접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을 짙게 풍기고 있다.<최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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