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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천국 호화크루즈 '실버 위스퍼호'를 타다

중앙일보

입력

망망대해를 가르는 특급호텔 크루즈 여행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다. 여행사마다 앞다퉈 허니문·가족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다. 관광코스 및 선박 스타일이 다양해 선택의 폭도 넓다. 크루즈 인터내셔널 유인태 사장은 "수만명이 타는 대중형 선박부터 수백명만 수용하는 초호화 선박까지 전세계적으로 30여개의 크루즈 선사가 200여 척을 운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중 실버시 크루즈는 호화유람선의 대명사로 꼽힌다. 6성급으로 1박에 1인당 700~800달러에 달하지만 지구촌 상류층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다. 실버시 크루즈사가 운영하는 4개의 크루즈 중 최근 싱가포르~브루나이~베트남 호치민~태국 코사무이~방콕을 항해중인 실버 위스퍼호를 닷새간 기자가 직접 타보았다.

# 모든 게 공짜, 개인 발코니에서 바다보기

일단 배에 오르면 안전교육을 받는다. 안전조끼 착용법, 비상시 집결장소 및 행동법을 알려준다. 객실에 들어서니 짐이 웰컴카드와 함께 가지런히 놓여있다. 부우웅…… 긴 뱃고동 소리가 여행의 시작을 알린다.

실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선상에 오르면 모든 것이 공짜라는 것. 여느 크루즈는 숙박과 지정된 식사를 제외한 음식·음료·부대시설 사용료를 별도로 받지만 이곳에선 전혀 지갑을 꺼낼 일이 없다. 하루 세끼 식사뿐 아니라 주류 및 부대시설 이용료가 무료다. 물론 식당에서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 단, 카지노는 예외다.

실버 위스퍼호는 전 객실이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오션뷰 스위트룸이다. 그중 80%는 발코니 스위트룸으로 개별 발코니에 나와 바다내음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흰 목욕가운 차림으로 발코니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유롭기 그지없다. 룸서비스는 24시간 제공된다. 미니바를 꽉 채운 음료와 술도 공짜. 럭셔리 유람선 답게 욕실용품 대부분이 불가리 제품이다. 승선한 이튿날 저녁엔 환영 만찬이 호화롭게 펼쳐졌다. 전승무원이 정장과 이브닝 드레스 차림으로 승객들을 환영한다. 크루즈 디렉터인 주디 아보트씨의 인사말로 시작해 선장 미노 폰틸로와 인터내셔널 호스티스 샌드라 살라자 등 임직원 소개가 이어졌다. 샴페인 잔을 부딪는 소리가 여운을 남기며 밤바다 저멀리로 사라진다.

# 이것이 럭셔리다, 실버시 크루즈호 요모조모

기자가 탄 실버시 위스퍼호는 2001년에 첫 취항한 2만8800톤급 소형 호화 크루즈. 배의 앞쪽은 주로 객실로 구성돼 있고, 엔진이 있는 뒷부분엔 부대시설이 들어서 있다. 전층 엘리베이터가 운행한다. 10층 가장 앞쪽엔 전망대격인 옵저베이션 라운지가 있다. 이곳에서 체스도 두고 책을 읽을 수 있다. 음료 서비스는 기본. 피트니스센터와 에어로빅실·스파와 마사지실·미용실이 위치해 있다. 정찬 파티가 있는 날엔 이곳 미용실의 예약은 필수다. 9층엔 조깅트랙과 골프 퍼팅장이 있다. PGA프로골퍼가 상주해 스윙 교정을 받을 수도 있다. 8층은 식사를 할 수 있는 파노라마 라운지와 컴퓨터 센터·도서관이 있다. DVD를 빌려다 방에서 볼 수 있다. 밖으로 나가면 크루즈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풀장이 있다. 7층은 아침·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테라스 카페다. 뷔페 레스토랑으로 저녁시간에는 이탈리아·프랑스·아시아 요리 등 특별한 테마 메뉴들이 준비된다. 저녁에는 좌예약 필수. 이밖에 카드 룸과 회의실, 시가 룸도 있다. 6층으로 내려가면 각종 쇼와 공연, 리셉션이 열리는 쇼라운지 공연장이 있다. 매일 밤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공연과 클래식 공연, 마술시범과 현지 민속 공연이 이어진다.

5층엔 바와 카지노·부티크가 있다. 카지노는 배가 항해하고 있는 동안만 문을 열며 기항지에 정박하고 있을 떄는 영업하지 않는다. 4층엔 아침·점심·저녁 식사가 제공되는 더 레스토랑이 있다. 이곳에서는 청바지·반바지·티셔츠 차림을 삼가야 한다. 특히 갈라 파티 때는 정장을 착용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조식은 아메리칸 스타일, 중식과 석식은 풀코스 정찬이다.

# 매일매일이 즐거운 강좌, 지루할 틈 없어

실버시 위스퍼에선 매일 저녁 '크러니클스 Chronicles'라는 소식지가 배달된다. 다음날의 오전.오후별 프로그램 스케줄과 식사 메뉴소개, 그날의 드레스 코드, 쇼 소개, 날씨, 기항지 소식이 알차게 실려있다. 매일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시간마다 2~3개의 다양한 강좌와 프로그램들이 열려 "몇날 며칠 동안 배 안에서 뭐 하지?"라는 말은 무색해진다. 프로그램도 매일 바뀐다. 오전엔 요가·필라테스·에어로빅 강좌를 비롯해 퍼즐· 초급 카드게임 강좌·냅킨카빙 강좌 중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아가 들을 수 있다. 오후엔 요리·와인 테이스팅·스페인어·보석 강좌 등이 열린다. 한 여행객은 "이곳의 프로그램들을 바쁘게 좇아 다니다가 점심 때를 놓친 적도 있다"며 웃었다.

바다에서 조깅하는 기분은 어떨까. 조깅트랙을 가볍게 뛰다보면 묘한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8층 야외풀에 가서 수영도 하고 자쿠지를 즐겨도 좋다. 풀장 옆 비치의자에 길게 누워 햇볕을 쬐거나 책을 보는 여행객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누워 있노라면 낙원이 따로 없다. 음료와 과일을 권하는 승무원 뒤로 가없는 수평선이 펼쳐진다. 오후 4시30분부터는 애프터눈 티 시간이다. 각종 차와 음료, 케익과 다과류가 서빙된다.

# 칭찬일색, 일급 크루들의 일급 서비스

승객 대비 승무원 비율이 1:1.3으로 감동서비스를 제공한다. 승무원은 모두 293명. 매일 수시로 방 청소를 해주는 직원들은 우렁각시 뺨친다. 매일 신선한 과일을 바구니에 한가득 담아놓고 간다. 언제 어디서든 눈만 마주쳐도 상냥한 인사를 전하는 승무원들의 미소가 정겹다. 레스토랑의 직원들은 손님의 이름까지 외워두는 센스를 잊지 않는다. 아직 한국인 직원은 없단다.

저녁마다 드레스 코드가 주어진다. 여성은 '과연 이 드레스를 입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의 드레시한 이브닝 드레스 몇벌, 남성은 턱시도나 정장 한두벌을 꼭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이 배엔 크루즈 여행을 수시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정찬 파티에 꽤나 능숙하고 멋진 차림이다. 멋드러진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직원들의 정중한 서빙을 받으며 고급 음식과 와인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면 영화 속 주인공이 부럽지 않다.

자칭 실버시 크루즈 매니어라는 스코틀랜드에서 온 70대 후반의 토마스와 쉴라 부부는 "이번이 4번째 승선"이라며 "특히 중년과 노년층이 이용하기에 편하게 만들어 놔 2년에 한번씩은 꼭 배를 탄다"고 말했다. 토마스씨는 "이 배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직원들"이라고 극찬했다. 실버시 크루즈는 세계일주를 비롯해 아프리카·인도양·발트해·지중해·미동부 등 200곳 이상의 기항지를 방문하는 다양한 코스가 있다. 이들 부부는 이미 내년 예약까지 해놓은 상태. 배에서 예약하면 20~30% 할인해 준다. 실버시 크루즈를 한번 타보면 다시 찾는 고객이 70%나 된다고 한다. 과장이 아닐 듯하다. 책상머리에 앉아 기사를 쓰노라니 '낙원의 5일'이 떠올라 엉덩이가 들썩여진다.

실버 위스퍼호=프리미엄 주순이 기자 joojoo@joongang.co.kr

사진=포브스 코리아 손용석 기자

○크루즈 이렇게 하면 더 재밌다

-큰 배라고 멀미와 무관하다는 생각은 오산. 처음 크루즈 여행을 하거나 멀미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미리 멀미약을 먹어두는 게 좋다. 아무리 멋진 여행도 몸이 편해야 즐겁다.

-각종 강좌·파티에 빠지지 말고 참여하라. 이런 품격 높은 정찬파티 기회는 흔치 않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계기도 된다. 수영장·라운지 등 부대시설을 두루 이용해 보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공식만찬이나 저녁정찬의 드레스 코드는 꼭 맞춰라. "밥한끼 먹는데 뭐 대충 입고 가도 되겠지"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뻘쭘해져 되돌아 오거나 입장조차 안될 수 있다. 낮시간엔 계절에 맞는 캐주얼한 리조트 웨어와 편안한 신발이면 된다.

-여유를 즐겨라. 크루즈는 다른 패키지 여행상품처럼 바삐 움직이며 관광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분위기 좋다고 과음과식하지 마라. 자신이 바다 위에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먹거리가 항시 대기중이니 조금씩 자주 먹는 게 좋다.

-마음을 열어라. 처음엔 멋쩍고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들도 수차례 얼굴을 대하다보면 어느새 친구가 될 수 있다.

-세탁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크루즈마다 세탁실이 있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며 드라이크리닝 및 다림질도 가능하다.

-헬스장·레스토랑·강좌 등을 체험하면서 낯을 익힌 승무원들과 친해 놓자. 다음 크루즈 여행에서 또 만나면 가족을 본 듯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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