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베트남 펀드 거품 걱정도 부글부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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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연일 뭉칫돈이 몰리는 베트남 펀드에 '묻지마 투자 위험'경계령이 잇따르고 있다.

베트남 주식형 펀드를 팔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베트남 주식만 편입하는 펀드는 당분간 출시를 하지 않겠다"고 5일 밝혔다. 현지 주식이 올들어 너무 고평가돼 주식 거품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위원회도 "베트남 증시가 과열된 만큼 국내에서 팔리는 베트남 펀드 상품을 재점검하고 신규 상품 승인을 까다롭게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베트남 증시는 전형적인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지 증시가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묻지마식 투자 자금이 몰리면서다. 하지만 '돈의 힘'을 빼고는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별다른 동력을 찾기 힘든 상황이어서 거품 붕괴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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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상승 못미치는 펀드 수익률=현지 베트남 증시는 올들어서도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연초부터 이달 2일까지 불과 한달여간 VN인덱스 상승률은 42.94%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베트남 주가 상승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144.48%였다. 이런 활황세를 타고 지난해 하반기 이후 베트남 증시로 몰린 국내 투자금만 약 1조원이다. 하지만 이들 베트남 펀드들의 수익률은 정작 현지의 지수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일부 펀드를 빼면 최근 한 달 수익률이 한자리 수 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올초 설정된 '새내기' 베트남 펀드들은 지난주 하나같이 마이너스 수익률 행진을 걷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허재환 투자전략팀 과장은 "주식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베트남 증시는 심각한 '유통 주식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현지에 상장된 주식은 호치민 증시에 109개 종목, 하노이 증시에 87개 종목을 합쳐 196개에 불과하다. 이런데도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자금은 안팎에서 밀려들고 있다.

상장 주식 부족과 과잉 자금 공급은 비정상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베트남 상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평균 주가수익비율이(PER)은 50배를 넘는다. 이는 평균 PER이 10배에 불과한 한국은 물론, 미국(16배).일본(18배)과 비교해도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해외 투자일수록 신중해야=베트남 증시의 심각한 '주식 공급 부족 '현상은 올해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한국증권 오재열 중화시장 분석팀장은 "올해에도 약 500여개의 국영 기업이 민영화를 준비중이며 이중 15개 정도는 상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현지 최대 상업은행인 비에트콤뱅크과 맥콩하우징뱅크,이동통신 회사인 모비폰 등이 유력 주자로 꼽힌다. 게다가 하루 세번, 그것도 전표로 거래되는 거래 방식도 올해 4월쯤 전산 거래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실시간 거래로 바뀔 예정이다.

그러나 베트남 증시와 경제에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베트남 경제가 올해 7%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높은 물가와 과잉 유동성이 증시와 경제 운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펀드 평가사인 제로인의 최상길 상무도 "해외 투자는 국내투자에 비해 투자 정보 수집과 분석이 훨씬 어렵다"며 "포트폴리오 투자 안배 차원에서 전체 자금의 10~20% 정도만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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