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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펀드' 이번엔 벽산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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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번에는 벽산건설이 '장하성 펀드'(한국지배구조개선펀드.KCGF)의 표적이 됐다. 장하성 펀드는 2005년 8월부터 지금까지 벽산건설 발행주식 148만640주를 장내 매수해 5.4%의 지분을 취득했다고 5일 공시했다. 이 펀드는 또 내부거래에 따른 대주주 이익을 들며 벽산그룹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이사회 참여▶최대주주인 인희와 거래 중단▶인희가 보유한 벽산건설 553만194주(20%) 무상소각 등이 요구사항이다.

인희는 벽산그룹 김희철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전체 지분의 75.9%를 보유한 회사다. 핵심 계열사인 벽산건설에 철근과 레미콘 등의 건설자재를 공급하고 있으며, 벽산건설 주식 1440만6370주(52.1%)를 보유한 사실상의 지주회사다.

하지만 벽산 측은 장하성 펀드의 주문에 반발하고 있다. 벽산건설 IR팀 정종우 부장은 "주주의 정당한 요구는 들어줘야 하지만 장하성 펀드에서 요구한 것들은 모두 현재로선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2대 주주인 KTB네트워크(지분율 8.8%)와 협의를 통해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인희와 벽산건설 간의 건자재 거래는 오랜 기간 동안 계속돼 왔던 것으로 부적절한 거래는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임승철 조사1국장은 "주식 매집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가를 올려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겠다는 의도로만 보면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임 국장은 그러나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아닌 인위적인 방법으로 주가를 올려 이득을 취한다는 판단이 설 경우 불공정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벽산건설은 전날보다 820원(9.79%) 오른 9200원에 장을 마쳤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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