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돈 사상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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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해 시중에 풀린 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의 대출 경쟁, 외화 차입 증가 등에 따른 것이다. 풀린 돈을 흡수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콜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상하고 금융감독 당국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유동성 증가세를 막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06년 12월 중 광의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한국 전체의 유동성 수준을 나타내는 광의 유동성(L) 잔액은 1837조836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84조6528억원(11.2%) 증가했다.

이는 전년에 늘어난 134조2991억원보다 50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금액으로 사상 최대며 증가율도 2002년(13.6%)이래 가장 높다.

광의 유동성은 현금과 은행 예.적금뿐만 아니라 국채.지방채.기업어음.회사채 등 정부나 기업이 발행한 유동성 시장금융상품까지 포괄하는 가장 넓은 의미의 유동성이다.

광의 유동성은 지난해 12월 25조원(1.4%) 증가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11.2% 증가한 것으로 2003년 2월(12.9%) 이후 46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데다 은행 간 대출 경쟁, 해외 자금의 유입 증가 등에 따라 부동 자금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의 김자봉 연구위원은 "지난해 돈이 많이 풀린 것은 저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등 자산 가치는 급상승해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대부분 담보대출이라 부동산 값이 급락하지 않는 한 가계대출의 부실 우려는 적다"고 말했다.

정유성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단기 유동성에는 기업의 운전자금도 포함돼 있어 이를 모두 고수익 투자처를 찾아 쉽게 이동하는 부동자금으로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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