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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간섭 기업효율성 저하/「경제력집중 완화」 재계의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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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다각화·전문화는 업체 스스로가 할일/구석모 전경련,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정부가 경제력집중 완화문제를 최근 잇따라 거론함에 따라 재계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결코 「충격적인 조치나 또다른 규제」를 통해 경제력집중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다고 재삼 강조하고 있으나 재계는 기본적으로 「행정간섭의 강화」로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최각규 부총리는 지난 26일 제주에서 가진 전경련 초청세미나에서 「제7차 5개년계획과 기업의 역할」이란 강연을 통해 『개방시대의 유산인 경제력 집중현상이 여러가지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완화키 위한 정부의 기본방향(본보 7월27일자)을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대기업체 모임이랄 수 있는 전령련부설 한국경제연구원 구석모 부원장의 글을 통해 알아본다.<편집자주>
경제의 개방화·국제화와 더불어 국내기업이 외국의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은 기업경쟁력을 기르는 일뿐이라는 대명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국내산업의 경쟁력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축적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은 기술·인력·자금 등 경제자원을 더욱 집중관리함으로써 경제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서 찾아야 하며 이를 추진할 경제주체는 앞으로 당분간 대기업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자원의 관리능력과 기업경영능력이 대기업에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대기업이 기술·인력·자금의 축적과 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경영환경을 조성하고 외국기업과 공평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경쟁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정부가 민간경제활동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경제자원의 배분과 관리는 시장원리에 따라 민간기업이 맡아야 한다.
기업의 조직형태와 경영방식도 기업의 경쟁력과 효율성의 차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7차 5개년계획 중점과제로 경재력집중 완화를 내세우고 있다. 대기업의 업종전문화를 유도하고 그룹경영방식을 개별기업 경영방식으로 전환시키며 기업소유의 분산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정책방향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기업의 조직과 경영형태의 결정에 정부가 간여하겠다는 뜻이다. 기업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살려 경제활력과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세계경제의 수레바퀴는 굴러가는데 우리경제는 이를 거슬러 가려하고 있다.
기업의 업종전문화와 경영다각화는 양자택일적인 단세포적 인식으로서 접근해서는 안된다.
기술과 시장의 변화가 급속히 일어나는 기업환경에서 기업의 다각화 진출은 불가피하며 기술융합의 시대를 맞아 업종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이때에 관련업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다각화·전문화는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비교우위와 성장전략에 따라 기업 스스로 다각화·전문화의 방향을 선택할 일이지 정부의 할 일과는 전혀 무관하다.
더욱 가공할 일은 대기업의 경영을 그룹경영방식에서 바꾸겠다는 발상이다. 정책당국에 묻겠다.
그룹경영방식이 어떠한 비능률을 낳고 어떻게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가. 오늘날 일본산업의 경쟁력의 원천은 대기업의 계열화·집단화를 통한 그룹경영방식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미국기업도 이러한 일본식 그룹경영 방식을 배우려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대기업의 그룹경영조직은 기업내 경제자원의 효율적 관리,시장여건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의 동태적 성장,정부규제와 시장불완전성 문제의 해결을 위한 기업의 내부화방식의 방편으로서 생성된 것이다.
한 예를 보면 대기업 여신규제는 그룹내 기업의 내부금융을 필요로 하게 만들었고,불필요한 노동력을 해고시킬 수 없도록 만든 노동관계법은 그룹내 기업간의 노동력 재배치를 통해 과잉고용문제를 해결토록 만들었다.
기업의 소유가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다. 1백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선진국기업과 불과 30∼40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기업이 소유집중도에 있어 차이가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자본주의경제에서 기업소유집중의 문제는 자본시장의 발전과 상속·증여세 등 조세정책으로써 해소된 것이 선진국의 경험이다. 우리도 자본주의 원리의 정도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쟁력과 경영효율성의 기준에서 기업이 선택해야 마땅한 기업경영 내부의 문제를 7차 5개년계획에까지 포함시켜 정부가 간여함으로써 정부와 기업,기업과 국민간의 불필요한 논쟁과 마찰을 일으켜 국력의 낭비와 경쟁력의 약화를 가져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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