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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생명문화 포럼] '생명학' 詩的 비전·과학적 대안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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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지하 시인과 박이문 연세대 특별 초빙교수가 11월 26일 오후 한자리에 마주 앉았다. 세계 18개국에서 1백여 명의 학자와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세계생명문화포럼-경기 2003'(이하 포럼, 공동추진위원장 김지하)에서 두 사람은 공동추진위원장을 맡았다. 오는 12월 18일부터 열릴 이 포럼은 전쟁과 테러, 빈곤과 인권 유린으로 얼룩진 21세기를 파국으로 치닫는 위기 국면으로 진단하면서 새로운 '생명 문화'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박교수와 김시인은 이 포럼에서 원로급으로 꼽힌다. 김시인이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민주화운동가이자 환경운동가라면, 박교수는 학계에서 알아주는 철학.문학 연구자이자 '환경 철학'이론가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 주제는 '생명학'이었다.

'생명학'이 학문의 분류체계의 하나로 성립 가능한가. 이를 제창한 김지하 시인은 "나는 시인의 직관과 상상력으로 하나의 담론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내가 말하는 생명학을 특별한 이론이라기보다 문명에 대한 하나의 비전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이문 교수는 "현행 대학의 학과 체계에서 '생명학'이란 분과는 없지만 학과 간의 벽을 넘어선 학제간 연구 분야로 '생명학'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요즘 어지간한 사람들은 환경 얘기를 많이 하는데 학계를 비롯한 각계 각층 사람들의 환경과 생명에 대한 생각을 집약해 나가면 그것이 곧 '생명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교수는 생명과 환경을 보호하자는 말이 구체적 행동 지침으로 들어가면 모호하다는 지적을 해 눈길을 끌었다. 예컨대 모든 생명 일반을 존중하자는 말 같은 경우가 그러한데, 인간이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헤쳐야 하는 경우를 어떻게 보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박교수는 "작게는 덜 먹고, 덜 다니고, 덜 소비하는 소극적이지만 구체적인 지침에서부터, 크게는 과학 자체마저 부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환경 과학'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적극적인 생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포럼은 12월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경기도 수원시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다. 포럼의 조직위원회(위원장 임길진 미국 미시간 주립대 석좌교수.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는 11월 26일 오후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전체위원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고 포럼의 공식 일정을 발표했다.

인도의 핵물리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반다나 쉬바.미조구치 유조(講口雄三) 도교대 명예교수.장파(張法) 중국 인민대 교수.쑨거(孫歌) 베이징대 교수.후틴 베트남 작가동맹 의장.리카르도 나바로 지구의 벗 대표 등이 해외 인사로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박재일 한살림 대표.류승국 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원장.장회익 녹색대 총장.최재천 서울대 교수.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도법 인드라망공동체 상임공동대표 등이 참여해 강연과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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