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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 엘스가 '황제' 우즈를 1타 차 눌렀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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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헨릭 스테손이 우승한 뒤 아내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두바이 AP=연합뉴스]

황제와 황태자 간의 전쟁 통에 '중동 전문가' 헨릭 스텐손(31.스웨덴)이 떴다.

스텐손(스웨덴)이 4일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 끝난 유러피언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쳐 합계 19언더파로 우승했다. 어니 엘스(남아공)가 18언더파로 2위, 타이거 우즈(미국)가 17언더파 공동 3위로 뒤를 이었다.

최종 라운드는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황태자 엘스와 3타 차로 그를 뒤쫓는 황제 우즈의 싸움이라고 예상됐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는 우즈.엘스.스텐손이 마지막까지 경합하다 스텐손이 먼저 탈락하고 우즈와 엘스가 연장에 진입해 우즈가 우승했다. 역전패를 당했던 엘스는 "이번 대회에선 간절히 우승하고 싶다"며 우즈를 겨냥했다.

그러나 시속 30km가 넘는 모래 바람을 뚫고 끝까지 살아남은 선수는 스텐손이었다. 스웨덴 출신이지만 두바이에서 사는 스텐손은 최근 중동지역에서 열린 여섯 차례 대회에서 모두 8위 안에 든 중동 전문가였다. 2006년 카타르 마스터스에서는 우승을 했고, 타이틀 방어에 나선 지난주 대회에서는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스텐손은 9번 홀에서 공이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 큰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수퍼파워 간의 접전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11, 13, 14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선두로 나섰고 마지막 홀에서 다시 버디를 기록해 끝까지 추격하는 엘스를 떼어냈다.

스텐손은 대형 선수다. 1m87㎝의 키에 300야드가 넘는 장타와 감각적인 쇼트게임을 구사한다.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필 미켈슨(미국)과 비제이 싱(피지)을 대신해 타이거 우즈를 견제하고 메이저대회 우승을 할 수 있는 유력한 선수로 꼽힌다. 2006년 라이더컵에서 유럽 팀의 승리를 결정짓는 퍼트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한편 우즈는 미국 PGA 투어에서 7연승을 거두고 있지만 아시아에서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하다. 지난 연말 중국에서 한국의 양용은에게 졌고, 일본에서는 파드릭 해링턴에게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이번 대회까지 3연속 패배다. 우즈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우즈는 9번 홀까지 2타를 줄이며 선두를 압박했다. 그러나 파5인 10번 홀에서 3퍼트를 하면서 보기를 했고, 11번 홀에서 칩샷을 시도하다 뒤땅을 치는 실수로 또 보기를 했다.

우즈에게 가장 많이 역전패를 당했던 어니 엘스는 우즈보다 좋은 성적을 낸 것에 만족해야 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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