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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차관에 30대 발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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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일 로버트 조셉 국무부 군축.비확산 담당 차관 후임에 39세의 존 루드 차관보(사진)를 지명하면서 워싱턴 정가가 떠들썩하다.

루드가 조셉(58)과는 달리 30대의 젊은 나이에 중책을 맡은 데다 지난해 10월 차관보에 임명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또다시 차관으로 고속 승진했기 때문이다. 유력한 차관 후보로 거론되던 케네스 브릴 전 국가확산대책센터(NCC) 소장을 따돌린 점도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하순 조셉의 사임설이 나왔을 당시만 해도 외교 소식통들은 존 네그로폰테 부장관 지명자를 보좌하기 위해 그와 호흡을 맞춰온 브릴 전 소장이 후임자로 유력하다고 예견했었다.

루드 차관 지명자는 조셉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안보담당 보좌관으로 있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아래서 NSC 비확산 담당 선임 국장을 맡고 있을 당시 그 밑에서 부국장을 지냈다. 이어 조셉이 국무부로 옮기자 그가 맡았던 선임 국장직을 이어받았으며, 지난해 10월 다시 조셉 아래의 차관보로 들어갔다.

워싱턴의 한 고위 외교 소식통은 "루드의 차관 기용은 라이스 장관이 백악관에서 함께 일했던 그를 각별히 신임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루드는 존 볼턴-조셉을 잇는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협상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엄격한 협상파'로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루드 차관보가 NSC 비확산 선임국장으로 입성한 지 한 달 뒤인 지난해 3월 그와 연배가 비슷한 10여 명이 NSC에 포진한 점을 지적하면서 "냉전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세사미 스트리트(Sesame Street.30년 전통의 미 영어교육 프로그램) 세대'가 미국의 대외 정책을 주무르게 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국계 어머니를 둔 루드는 애리조나주립대 출신으로 존 킬 상원의원의 수석 보좌관으로 4년간 일했다. 그전에는 중앙정보국(CIA)에서 미사일 방어 관련 분석업무를 맡기도 했다. 이어 백악관과 국방부를 오가며 경력을 쌓았다.

루드 차관 지명자는 대 북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통과 후 이 결의를 다른 확산국의 모범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며, 결국 이를 이란에 적용했다. 그는 또 지난해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생물학 무기금지 협정(BWC)' 검토회의에서 북한의 생물학무기 개발 가능성을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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