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세리머니' 그 후 중국 네티즌들 "화성도 …" 보복성 패러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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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의 백두산 세리머니에서 ‘백두산은 우리 땅’을 ‘화성도 우리 땅(火星也是我們的)’이란 뜻의 중국어로 바꾼 패러디 사진이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에 등장했다. [연합뉴스]

중국 네티즌들이 지난달 31일 중국 창춘(長春)에서 열린 제6회 겨울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벌인 '백두산 세리머니'를 패러디물로 만들어 항의한 데 이어 고구려를 소재로 한 한국 드라마 '주몽' 등도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白度)'의 옌볜(延邊) 게시판에는 한국 선수들의 사진과 함께 '백두산은 우리 땅'이란 한글 문구를 '화성도 우리 땅(火星也是我們的)'이란 중국어로 바꾼 뒤 '한국이 겨울 아시안게임에서 표어로 중국에 도발했다'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이 게시판에는 또 한국 선수들 사진에 '우리의 양아버지는 미국', '우리는 미국의 대군을 원한다'는 제목을 단 패러디물이 줄줄이 올라왔다. 한국을 미국의 속국으로 비하하려는 의도가 담긴 표현이다.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 최신호는 고구려를 소재로 한 한국 드라마 '주몽'과 '태왕사신기(太王四神記)'가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잡지는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고구려 시조의 전기를 다룬 주몽이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남중국 일대를 시청권으로 하고 있는 홍콩 ATV는 최근 하루 한 편씩 주몽을 방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인터넷 사이트에선 주몽을 '반중국 드라마'로 지목하고 드라마 내용을 성토하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이트에는 "일본 하나로도 충분한데 이젠 한국까지..", "한국인들은 자신을 선량하게 그리고 한나라 사람들은 잔혹하게 묘사해 사실을 고의로 왜곡했다", "드라마엔 한나라에 대한 적의만이 넘친다. 한나라를 일본보다 나쁜 나라로 묘사했다"는 등의 성토성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ATV는 주몽의 중국어 자막에 '한(漢)나라'를 '천조(天朝)'로, '나라'를 '부족'으로 바꿈으로써 논란을 피하려 하고 있다고 잡지는 전했다. 입카포(葉家寶) ATV 부회장은 "일부 민감한 어구를 수정하고 조정했다"며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재미있고 잘 만든 드라마이고, 그 소재도 신화이자 전설에 불과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광개토대왕을 다룬 역사극으로 오는 9월부터 방영될 예정인 '태왕사신기'의 내용에 대해서도 중국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공산당 선전부는 중국과 남북한 사이의 민감한 역사소재인 고구려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이 드라마에 대한 언론보도를 차단했다. 중국은 이밖에 '연개소문', '대조영' 등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다룬 드라마가 한국에서 계속 제작되는데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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