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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수 못 찾는 조계종 종권 다툼-29·30일 불교회관서 임시중앙종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조계종 종권 분규의 일대 결전장이 될 제105회 임시중앙종회가 29일 총무원불교회관에서 이틀 일정으로 회의에 돌입. 종회해산·현총무원장 집행부퇴진 등이 주의제로 걸릴 이번 종회에서 서의현원장측과 중흥회를 중심으로 한 반서진영이 과연 어떤 전략카드·전술로 결전에 임할 것인지 내외의 관심이 고조.
퇴진 압력으로 골머리를 앓아온 서원장쪽은 상대편의 일간지 폭로광고로 만신창이가 되다시피 한 현재의 모습으로는 순순히 종권을 내놓고 제 발로 걸어나갈 수 없다는 입장. 이들은 이번 종회가 서원장 종권 출척의 결정적 고비가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서원장이 반대진영에 의해 타율적으로 내쫓김을 당하는 사태만은 막겠다는 각오.
종회에 앞서 서원장측은 그 외호세력이 지난 10일 해인사승려대회에서 결성키로 했던 개혁위원회 인선을 마치고 13일 송서암·강청화 스님을 비롯한 18명의 위원명단을 공식발표. 개혁위는 재적 18명중 l3명이 참석한 가운데 24일 총무원 회의실에서 첫 모임을 갖고 임원선임에 이어 향후 활동방향 등을 논의함으로써 결전을 위한 행동을 가시화하기 시작.
서원장측은 또 중흥회의 일간지 광고내용을 문제삼아 19일 종로서에 능혜·월탄 등 반대파 관련자 11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 총무원 6부장 명의로 된 이 고발장은 중흥회 측이 서원장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낼 것에 대비, 맞불용으로 준비했던 것.
한편 중흥회측은 예의 집요한 맨투맨 식 설득작전으로 원로 21명 중 16명의 마음을 돌려놓았고 상당수의 중진급 스님들로부터 지원약속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며 매우 고무된 표정. 이와 관련, 전에 의·원장을 역임했던 원로·중진 9명이 지난 17일 중흥회측이 마련한 오찬모임에 참석해 종단현안에 대한 의견들을 나눈 뒤 중흥회의 지도위원 위측을 수락한다고 발표, 안팎으로 적지 않은 파문을 야기. 이들 9명중 오녹원·이성수·송월주·이숭산 스님 등 4명은 그동안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은채 엄정 중립 자세로 사태를 관망만 해온 사람들로 이들의 중흥회 지도의원직 수락은 『입장표명은 유보한다』는 송월주 스님의 전제발언에도 불구, 양쪽 세 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주었을 것이라는 추측들.
중흥회측은 또 예상을 뒤엎고 서원장측이 먼저 고발하고 나오자 「눈에는 눈」으로 맞서겠다며 24일 철웅스님 등 11명의 이름으로 서울지법에 서원장 직무정지가처분신청을 제출.
이들은 이어 25일에는 본사주지·종회의원·강원학인·선방수좌·비구니 등 1백2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뉴월드호텔에서 총회를 열고 총무원·종회 해산→원로·중진중심의 수권위원회구성을 뼈대로 한 종단정상화안을 거듭 결의. 참석자들은 새 총무원집행부가 출범하면 중흥회회장단 및 임원진은 어떤 경우에도 그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한편 이번 임시 종회에서 총무원·종회해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전 종도들의 중지를 모아 사상최대의 승려대회를 개최하겠다는 엄포도 곁들이고 있어 주목.
어쨌든 양쪽이 절대다수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태로는 이번 종회에서도 별 뾰족한 결과가 나오지는 못할 것이라는게 많은 사람들의 전망.
서원장퇴진을 부르짖는 중흥회측의 경우 기껏 종회의원 30여명을 확보해놓은 상태에서 출석의원 3분의2(전원출석 때 50명) 찬성이 요구되는 불신임결의는 엄두도 못낼 상황. 따라서 과반수찬성으로 통과가 가능한 서원장 사퇴권고결의안을 제출하는 선에서 종회가 끝날 것이며 이후 양쪽의 싸움이 다시 지루한 장외전으로 옮겨가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시각이 벌써부터 대두하고 있는 실정.
한편 일부에서는 지금처럼 몰아치지만 말고 서원장이 명예를 되찾은 뒤 「용퇴」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있어 눈길. 이 점에 대해서는 서원장측도 굳이 머리를 젓지는 않는 눈치인데 이어령 문학부장관이 24일 오후 서원장·서정대 종회의장·채벽암·송월주·유월탄·김도후스님 등 원로·중진 6명을 한국의 집으로 초치, 상호화해·화합으로 종단 안정에 힘써줄 것을 당부하는 등 지금도 여러 갈래로 막후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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