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0도, 120만평 '얼음 호수'서 미끄러지지 않는 자동차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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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단 하얼빈(哈爾濱)시에서 기차로 11시간(600㎞)을 달려 2일 오전 헤이허(黑河)에 도착했다. 아무르 강을 사이에 두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인구 8만명의 최북단 오지다. 기온은 영하 35도. 12월부터 3월까지 평균 밤 기온이 영하 30도 안팎이고, 낮 최고 기온도 보통 영하 15도 정도다.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는 2003년 여기에서 120만평의 우아니우(臥牛)호수를 연간 2억원을 내는 조건으로 50년간 임대했다. 빙판 주행시험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혹한기인 12월부터 3월까지 한시적으로 운행되는 빙판시험장에는 타원형 서킷뿐 아니라 원형 및 1.8km의 직선주행로 등 8개의 코스를 만들었다.

윤팔주 수석연구원은 "만도가 시험장을 건설한 후 지난해에는 보쉬.TRW 등 세계적인 부품업체들이 이곳에 시험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만도는 50여명의 연구원을 이곳에 파견,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발한 첨단 제동장치(ABS)와 자세제어장치(ESC) 테스트를 한다. 주로 쏘나타.그랜저 등 국산차와 중국 자동차 업체에 공급할 부품이다.

눈으로 덮인 서킷에서 두 시간 동안 차세대 ESC를 단 쏘나타 등 차량을 타고 달려봤다. 눈길에 바퀴가 미끄러질 때 재빨리 전자제어장치가 작동해 차량의 자세와 브레이크를 제어하는 장치가 잘 가동하는지 실험하기도 했다. 차항병 섀시 팀장은 "빙판시험장덕분에 다양한 조건의 빙판.눈길 테스트가 가능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부품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헤이허(중국)=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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