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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부터 강하게 키워야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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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이건희 회장 등 국내 그룹 총수들은 부품 꿈을 안고 입사한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연초부터 ‘신입사원 경영’에 올인하고 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신입사원이 곧 그룹의 미래 동량이기 때문이다. 그럼, 4대 그룹은 어떻게 이들을 키우는 것일까? 그들의 노하우를 파헤쳤다.

왼쪽부터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신입사원과 함께 태화산 정상까지 등반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신입사원이 입사할 때마다 그룹 연수원을 찾아 격의 없는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신입사원 하계수련회 때마다 강연을 하고 신입사원과 악수를 나눈다.


▶삼성 신입사원들은 연수기간 중 기업문화를 주제로 한 드라마 작품을 제작해 무대에 올린다.

■ 삼성 : 생존력·창조성 테스트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연수 중인 신입사원들을 태우고 출발한 차량이 경기도의 어느 마을에 잠시 정차하더니 한 신입사원을 내려주고 가버렸다. 이 새내기 사원의 손에는 삼성 카메라 몇 대가 들려 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그 마을에서 하루 동안 배당받은 카메라를 모두 팔아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임무다.

삼성 신입사원 연수에서 가장 악명(?) 높은 과정은 다름 아닌 ‘라마드’(LAMAD)라는 제품 팔기다. 20년 넘게 이어져 오는 전통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제품을 팔면서 판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도전의식과 실천력을 키우자는 차원에서 고안된 생존력 테스트 프로그램이다.

행사 전날까지도 제품 파는 장소는 보안이다. 당일 시간과 장소를 정해주고 최소한의 차비만 지급한다. 조성된 수익은 사회공헌에 쓰인다.

이 라마드는 신입사원에게 실무적으로 영업 마인드를 키워주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밑바닥부터 겸허한 마음으로 시작한다는 정신무장을 하도록 하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수년 전, 연수 때 처음 가본 한 지방 도시에서 라마드를 수행했던 한 삼성 직원은 “가장 큰 어려움은 물건을 파는 일 자체가 아니라, 그래도 대한민국 최고라는 삼성에 입사했다는 자긍심이 있는데, 밑바닥에서 물건을 팔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삼성의 신입사원 교육은 이처럼 철저하게 실무형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짜인다. 이론교육보다 프레젠테이션 방법, 사업계획서 작성 방법 등을 체득할 수 있는 실무형 교육에 중점을 둔다.

철저한 교육을 통해 삼성의 신입사원들은 현장에 곧바로 투입해도 될 정도로 우수하게 키우겠다는 것이 삼성의 신입사원 연수 목표다. 삼성의 신입사원 교육을 총지휘하는 곳은 삼성인력개발원이다.

이곳에서 4주간에 걸쳐 그룹 입문 교육이 진행된다. 이 기간에는 신입사원뿐만 아니라 선배 사원들까지 합숙한다. 선배가 조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합숙훈련 중에는 ‘드라마 삼성’이라는 창작 프로그램도 있다. 신입사원들이 삼성의 역사와 경영철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삼성의 역사를 연극으로 꾸며 공연하도록 한 것이다.

그룹 연수를 마친 신입사원들은 계열사별로 나뉘어 별도의 교육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는 입사 3년차 선배 사원들이 멘토 역할을 담당하면서 신입사원들을 지도하고 이끌어준다.

삼성 신입사원 교육은 ‘하계 수련대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룹 신입사원 1만 명이 참여하는 이 행사는 디스커버리 채널 등 해외 주요 언론에도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다.

삼성은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 때부터 신입사원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삼성의 한 임원은 “이 회장의 자택에는 벽에 신입사원들의 연수 일정이 붙어있을 정도였다”고 회상한다. 이건희 회장 역시 선대 회장의 인재경영 철학을 이어받아 신입사원 선발에서 연수과정에 이르기까지 애정을 쏟고 있다.

전 세계를 돌며 우수 인재를 발굴해 온 이건희 회장은 “지금처럼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경쟁시대에는 창조적 인재가 절실히 요구된다”며 “이런 인재를 키우기 위해 처음부터 만전을 기하라”고 경영자들을 채근한다.

“창조적 인재를 키우는 데 처음부터 만전을 기하라” -이건희 삼성 회장

“시련을 극복하는 훈련을 통해 인재를 키워야 한다” -구본무 LG 회장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전투에서 승리하는 자가 돼라” -최태원 SK 회장

“도전과 개척정신으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커 나가자” -정몽구 현대차 회장

■ 현대차 :‘MK스킨십 경영’체험
현대·기아자동차의 신입사원 연수는 홈페이지를 통한 사이버 교육과 5주간의 집합교육, 부서 배치 후 현업에서 이뤄지는 직무교육으로 구성돼 있다.

5주짜리 본격적인 연수가 시작되면, 현대·기아차의 기업이념을 체득하는 것을 비롯한 자동차 생산·판매·유통·정비 등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친 강의와 실습 교육을 받게 된다. 연수 과정 중에는 현대·기아차 특유의 조직력을 갖게 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신입사원의 희망과 포부 등을 표현하는 뮤지컬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도 한다. 또 동료를 다각적으로 인터뷰하면서 자료를 작성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동료 인터뷰’ 프로그램도 있다.

연수 중에는 해병대 극기 프로그램도 있다. 회사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상황을 팀원 간 협력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스스로 체득하게 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신입사원 연수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스킨십’ 이다. 신입사원이 실제 자동차 생산 라인에 투입돼 전반적인 생산공정을 경험하도록 해 현장의 분위기를 직접 느끼게 하고자 하는 게 목적이다. 3주간 생산과 영업현장 실습을 통해 앞으로 담당하게 될 업무에 대한 식견을 길러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5주간의 기본 공통 교육이 끝나면, 부서별로 신입사원에 대한 OJT 교육이 실시된다. 연구개발 분야의 신입사원들은 두 달간 애프터 서비스(AS) 현장에서 또 다른 현장 체험교육을 받는다. 이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품질경영의 중요성을 신입사원들에게 체득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한 교육이다.

실제 연구소에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이 AS 현장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도록 해 향후 자신이 맡게 될 업무에서부터 품질에 대한 고려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 리더십이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에 반영된 사례다.

정몽구 회장의 신입사원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신입사원 하계수련 때마다 빠짐없이 참석해 강의하고 신입사원들과 악수하는 것이 전통으로 굳어졌을 정도다.

정 회장은 21세기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사람’이라는 판단 아래 신입사원들에게 “도전과 개척 정신을 바탕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현해 회사와 함께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커 나가자”고 독려해오고 있다.

그는 새내기 사원들에게 “신차 1대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디자이너·마케팅 담당자 등 수많은 인재가 밤을 지새워야 한다”며 “누구 하나라도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고장난 차처럼 경영 목표에 이를 수 없게 된다”고 강조한다.

자동차는 무려 2만 개의 부품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 영하 40도의 혹한에서도, 영상 60도의 폭염 속에서도 제대로 동작한다는 ‘자동차론’에 따른 것이다.

▶LG전자 신입사원들이 제품 연구개발 도면을 블록으로 제작해 보는 ‘R&D 혁신 Tool’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 LG :‘목표 달성’까지 반복훈련
경남 창원 LG전자 디지털어플라이언스(DA) 사업본부. 이곳에 배치된 신입 연구원은 필수 교육과정으로 3개월간 ‘배럭(Barrack) 코스’를 밟아야 한다.

군대 막사를 뜻하는 ‘배럭’은 PC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실전에 바로 투입 가능한 병사를 양성하는 곳. LG전자 배럭 코스는 곧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과정이다.

신입 연구원들은 입사 3주 전부터 3차원 컴퓨터 디자인(3D CAD)·마케팅·회계 등 사전교육을 거친 후 입사 후 3개월까지 이 배럭 코스에 투입된다. 여기서 제품 개발 프로세스·6시그마 등 기본 교육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을 집중적으로 배운다.

배럭 교육을 마친 후에도 신입 교육은 계속된다. 입사 후 4개월부터 12개월까지 2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6시그마 테스트를 받는 ‘엔지니어링 베이(Engineering Bay) 프로그램’을 통해 역량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베이 역시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병사를 최강의 전사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장치다. 신입 연구원들은 이 과정에서 개선과제를 연구소장에게 평가받아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LG필립스LCD의 신입사원은 연수기간 중 광고전에 참가해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LG필립스LCD의 조직문화와 경영 이슈를 주제로 CF를 제작해보는 프로그램이다.

LG CNS는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LG CNS 인재상 형상화 프로젝트’ 는 신입사원들이 고객사가 요구하는 LG CNS의 인재상을 조사해 이를 도미노 쌓기로 형상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중간 중간 변경되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따라 도미노를 처음부터 다시 쌓기도 한다.

‘LG인화원’에서 2주간의 합숙교육으로 진행되는 신입사원 교육은 CVC 교육과 경영 시뮬레이션을 통한 비즈니스 프로젝트 수행 등이다.

CVC 교육은 고객 관점에서 찾아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상품 개발 프로세스를 신입사원들이 직접 체험해 보도록 하는 과정이다. 자신이 직접 만든 상품을 프레젠테이션하고 동료로부터 평가를 받게 하고 있다.

경영 시뮬레이션 교육은 신입사원들이 팀을 이루고 회사의 중요 임원 역할을 나누어 경영전략·마케팅정책·생산계획 등을 수립해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팀간 경쟁 프로그램이다.

단계별로 시뮬레이션 된 팀별 실적이 바로 공개돼 가격정책·생산정책 등을 놓고 신입사원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LG는 신입사원 교육을 체험과 실행 중심으로 운영한다. 목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반복해 도전하게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구본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시련 극복의 과정을 통해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강한 에너지를 가진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 회장의 젊은 인재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국내 최초의 대학생 대상 해외 탐방 프로그램인 ‘LG 글로벌 챌린저’ 프로그램도 그가 구상해 지시한 것이다.

▶SK 신입사원 250여 명이 1월 23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랑의 연탄 자원봉사를 펼치며 행복 나눔의 기업정신을 몸으로 익혔다.

■ SK : 회장과 난상토론
지난 1월 23일, SK 신입사원 250여 명이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한겨울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연탄 배달을 했다. SK의 신입사원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연수과정 중 하나가 사회봉사활동이다.

SK맨이라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매년 초 신입사원 연수기간 중 봉사활동 프로그램은 필수과정이 됐다.

SK의 신입사원 연수는 철저하게 생생한 현장교육으로 이루어진다. ‘체험·토론’이 교육의 핵심이다. SK가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채용한 인력도 신입사원 교육프로그램을 통과해야 한다.

SK의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 중엔 ‘SKMG’라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 있다. 신입사원 각자가 CEO(최고경영자), CFO(최고 재무책임자), CMO(최고 마케팅 책임자) 등이 되어 게임을 통해 회사를 경영하면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30여 년을 거치면서 모의경영 기법으로 발전해왔다.

SK 신입사원 교육 시스템을 관통하는 철학은 바로 ‘패기’다. 패기란 일과 싸워서 이기는 기질을 말한다. 해결 가능한 방법을 찾아 일처리를 빈틈없고 야무지게 한다는 것이다. 신입사원들은 팀별로 자체 판단에 따라 계획하고 최종 과제를 수행한 결과를 최고경영진들 앞에서 발표해야 한다.

밤을 새워가며 토론과 창조적 작업을 통해 저마다 완성도 높은 과제를 수행한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제도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신입사원들이 교육을 마친 후 현장업무를 익힐 때 조속히 실무에 적응하도록 선배 사원이 이끌어 주는 제도다.

SK 신입사원 연수의 백미는 회장이 신입사원과 격의 없이 질의 응답하는 ‘회장과의 대화’다. 회장이 주재하는 신입사원과의 대화는 그동안 숱한 일화들을 만들어왔다. 1980년대 중반 한 신입사원이 최종현 회장에게 “사윗감은 꼭 기업가나 정치인 집안이어야 합니까”라고 질문했다.

최 회장은 “나는 사윗감으로 여러분 같은 평사원도 환영한다”며 “한번 도전해 보라”고 말했다. 1992년 신입사원과의 대화에서는 “회장님은 ‘재벌’이신데 현재 갖고 있는 돈을 얼마입니까”라는 발칙한(?) 질문도 있었다.

최 회장은 지갑을 꺼내보이며 “나는 한푼도 없다. 집도 없어 전세를 산다(워커힐)”며 “내가 부자가 아니라 회사가 부자”라고 답했다.

‘대화’에선 난상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1990년대 초, 한 당돌한(?) 여사원이 최종현 회장에게 여직원의 핸디캡(불리한 점)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자 최 회장은 그 자리에서 투표를 제안했다. 찬성표가 많으면 여사원의 말대로 개선하자고 했다.

1990년대 초 열린 ‘대화’에서는 한 신입사원이 복리후생 수준을 높여달라고 요청했다. 최 회장이 그 자리에서 개선토록 지시했으나 당시 손길승 경영기획실장은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최 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토론을 제의했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당시 신입사원들에게는 그런 상황 자체가 충격이었다. 회장의 지시를 대놓고 반대하는 경영진이나, 그것을 무시하지 않고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 나가는 최 회장의 모습에 놀랐던 것이다.

신입사원과의 대화는 4시간 정도로 예정돼 있지만, 한번도 제때 마친 적이 없었다. 5~6시간을 넘기는 것은 보통이고 난상토론이 벌어지기라도 하면, 저녁을 함께하며 장장 9시간 동안의 마라톤 회의가 진행되기도 한다. 회장의 허심탄회한 답변에 신입사원들의 질의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대화는 최태원 회장에게까지 이어진다. 한번은 신입사원과의 대화 중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에 최 회장은 “요즘 읽고 있는 책이 『미스터 초밥왕』인데 만화책이지만 장인정신과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입사원들과의 대화에서는 비(非)천재론을 들고 나왔다. 최 회장은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전투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우리는 한 전투에서만 승리하는 천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이색 ‘신입사원 교육 투자’

100㎞ 산악행군부터 승선 체험까지 ‘각양각색’

▶서울 강서구 천사요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대한항공 신입사원들.

▶한진 = 대한항공은 신입사원을 ‘2010년 세계 10대 항공사 진입’ 달성을 위한 현장 핵심 요원으로 키우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특색있는 신입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는 야간 정비 현장 체험이다. 신입사원들은 영하의 격납고에서 정비사들과 같이 근무하며 현장 부서의 어려움을 체험하고 있다.

항공 서비스업은 고객에 대한 배려가 필수적으로 신입직원들은 교육기간 중 장애우, 무의탁 노인을 돌보는 봉사활동도 병행한다. 매년 5월 몽골로 날아가 방풍림 조성을 위한 나무심기도 한다. 대한항공 신입사원 교육의 하이라이트는 20㎞에 걸쳐 있는 제주도 내 그룹 사업장을 도보로 순례하는 것이다. 한진의 산업 개척 발자취를 따라 행군하며 애사심을 고취하자는 취지다.

한진해운은 신입사원들이 회사 홍보 CF를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나리오·콘티 제작부터 촬영·편집까지 직접 해결한다. 부산 신항만 건설 현장과 감천터미널에서 현장 체험도 한다. 감천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40m 높이의 겐트리 크레인에 올라가는 경험도 한다. 선원 생활을 체험하는 승선교육도 실시한다.

▶금호아시아나 = 금호아시아나는 신입 교육 연수 프로그램부터 CEO가 직접 신입사원을 챙기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 1월 초,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오전 8시30분부터 3시간 정도 경기도 광주 태화산 정상까지 그룹 계열사 사장단 및 신입사원 340여 명과 등반했다.

태화산 정상에서 신입사원들과 “금호아시아나 아름다운 비상 파이팅”이라고 외친 박 회장은 “기업 하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으며 날씨도 그런 거 아니겠는가”라면서 “하늘이 신입사원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서설을 내려 주시는 것 같다”고 덕담을 했다. 산행을 마친 박 회장과 신입사원들은 금호아시아나 인재개발원 식당으로 모여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박 회장은 ‘신입사원과의 대화’ 를 통해 새내기들의 궁금증을 풀어 준다. 신입사원 연수에는 윤리경영강좌를 비롯한 미술·힙합댄스·사물놀이·마술 강연 등 교양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12명 단체 줄넘기와 단체 제기차기 같은 공동체 훈련도 실시한다.

▶은행권 = 은행권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은 혹독하기로 악명이 높다. 기업은행의 신입행원들은 경기 기흥연수원에서 서울 을지로 본점까지 무박 2일로 40㎞를 걷는 철야행군을 한다. 우리은행 신입행원들은 지난해 7월, 해병대 훈련장에서 극기훈련을 받았다. 국민은행은 당진에서 천안연수원까지 무박 2일 동안 장장 100㎞ 산악행군을 실시했다. 신한은행은 한때 ‘정독’이라는 훈련을 시켰다.

신입사원들이 기마자세로 3시간 동안 안창호 선생의 ‘주인정신’이라는 글을 목이 터져라 읽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맹패’라는 견디기 힘든 훈련도 받았다. 신입사원 둘이 마주보며 서로 모욕적인 발언을 하며 고함치는 프로그램이다.

▶KT = 신입사원들이 서울 시내 곳곳에서 ‘플래시몹’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플래시몹이란 e-메일이나 휴대전화 연락을 통해 약속 장소에 모여 잠깐 동안 공동 퍼포먼스를 벌이고 순식간에 흩어지는 젊은층의 새로운 문화. 이를 통해 새로운 IT 트렌드를 체감케 한다는 취지다. KTF는 신입사원들을 45m 높이의 통신기지국 철탑을 오르게 해 현장 근무자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강원도 오대산에서 하조대 등대까지 약 40㎞의 야간행군을 실시했다.

▶포스데이타 = 신입사원들이 10박11일 동안 전문강사에게 훈련받은 타악기 연주극인 ‘난타’를 공연했다. 이어 ‘마빡이’춤과 노래자랑으로 끼와 재능을 발산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 소프라노·테너·베이스 등 3개 부분으로 나눠 화음을 맞추며 구성원간 조화를 체득하게 한다.

이임광 기자 llkhkb@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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