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컬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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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여자 컬링 결승전에서 한국 선수들이 일본에 5-6으로 뒤진 10엔드에서 스톤을 던지고 있다. 작은 사진은 컬링 종목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일궈낸 한국 남녀 선수들.[창춘=연합뉴스]


1일 밤 시상대에 오른 일본 선수들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다 이겼다'고 생각했던 경기를 막판에 다섯 점이나 내주며 패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단상 맨 위에 섰지만 우승이 실감 나지 않는 표정이었다. 제6회 창춘 겨울아시안게임 컬링 결승에서 일본에 설욕전을 펼치며 금메달을 딴 여자 대표팀.

일본을 상대로 7-6의 드라마 같은 역전 우승을 차지한 뒤 강양원 대표팀 감독은 "태극마크를 달고 훈련한 지 이제 10개월이다. 기적이라는 말밖에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며 기뻐했다.

2003년 아오모리 대회 결승에서 일본에 6-7로 패해 은메달에 그친 한국은 4년 만에 똑같은 점수로 빚을 갚았다.

한국은 3엔드에서 2점을 내준 뒤 곧바로 1점을 만회했으나 8엔드까지 2-6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컬링에는 9엔드와 10엔드'가 있었다.

한국은 대량 득점을 노렸고, 일본은 점수를 주더라도 안전하게 이기자는 작전으로 나왔다. 이게 행운을 불렀다. 한국은 9엔드에서 무려 3점을 얻어냈고, 10엔드에서 2점을 따 7-6으로 이겼다.

컬링은 한국에서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이다. 어떤 종목인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1994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고, 동호인을 포함해 컬링 인구는 600여 명에 불과하다. 5만 여명이 활동하는 일본과는 비교하기도 쑥스럽다. 게다가 한국 대표팀은 급조된 팀이다. 강양원 감독은 "대표팀이 구성된 지 이제 10개월밖에 안 됐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참고 훈련에 매진해 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남자 아이스하키도 중국을 5-3으로 꺾고 메달권에 진입했다. 17년 만이다. 남자팀은 중국과의 경기에서 1피리어드에 두 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2피리어드에 동점을 만들었고, 끝내 3-2 역전승을 일궈냈다.

90년 삿포로 대회 이후 17년 만에 동메달을 확보한 한국은 3일 카자흐스탄과의 경기에서 이기면 은메달까지 바라보게 된다.

한편 일본은 2일 벌어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에서 나가노 유카리와 수구리 푸미에가 나란히 금.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경기에서 메달 추가에 실패한 한국(금9.은12.동10)은 2개의 금메달을 더한 일본(금10.은7.동11)에 밀려 3위로 내려섰다.

창춘=성백유 기자

돌 던져 표적에 밀어넣는 '얼음판 체스'

◆컬링=얼음판 위에 돌(스톤)을 던져 바닥의 표적(하우스)에 밀어넣는 게임이다.

1엔드부터 10엔드까지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가며 한다. 엔드마다 양팀은 8개씩의 스톤을 던지는데, 표적 중심 가까이에 돌을 밀어넣으면 1점이 가산된다.

돌의 무게는 19.96㎏, 표적의 지름은 3.66m다. 선수는 리드.세컨드.서드.스킵 등 네 가지 포지션이 있고 후보 1명을 포함해 5명이 게임을 치른다. 돌을 던지면 나머지 선수가 빗자루 모양의 브러시로 빙판을 닦아 돌의 진행을 돕는다.

1998년 나가노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 됐다. 아시안게임에서는 2003 아오모리대회 때부터 정식 종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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