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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펴며 공포감 조장/구원파 어떤 종교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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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구원 받으셨습니까”로 접근/선교보다 기존교파 잠식주력
오대양농장 암매장사건 자수자들이 검찰에서 오대양교주 박순자씨와 당시 직원들 모두가 구원파였음을 자백함에 따라 기독교복음침례회(속칭 구원파)의 실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원파의 창시자는 권신찬 목사(68)로 알려져 있으나 권목사의 사위이며 현재 (주)세모의 사장인 유병언씨가 실질적인 「교주」라는 주장도 있다.
구원파 신도들은 전도대상자에게 일단 「구원받으셨습니까」하는 질문에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8년동안 세모 유사장의 통역비서를 지낸 뒤 교리상 이유로 구원파와 결별한 대전 침례교신학대 정동섭 교수에 따르면 구원파는 무신론자에게 종교를 알게 하는 선교사업보다 다른 교파를 잠식,신도를 빼내오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3단계의 설득전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당신은 구원을 받았다고 확신합니까』『정말 죄가 없습니까』하는 등의 질문을 던져 혼란스럽게 한뒤 기존교회의 부정적인 측면과 약점을 공격해 회의를 깊게 한다는 것이다.
곧이어 말세가 다가왔음을 강조해 공포감과 죄의식을 불러일으키고 『구원의 확신도 없이 왜 교회를 다니느냐,우리와 함께 죄를 완전히,그리고 영원히 용서받자』고 설득,해방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구원받은 사실을 부각시키기 위해 구원파의 목사는 설교의 대부분을 종말론에 할애하고 있으며 구원받은 교인들은 한데모여 생활해야 함을 강조해 집단생활을 권장하고 개인이 갖고 있는 재산을 모두 바쳐 말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시킨다는 것이다.
구원파는 또 기성교단과 달리 평신도들 사이의 교제와 사업을 중시,장로나 집사 등 다른 교파와 같은 직책을 두지 않고 있다.
이같은 독특한 교리와 생활 때문에 구원파는 84년 9월 기독교교단인 예수교 장로회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받았고 대부분의 다른 교단도 구원파와의 접촉을 회피하고 있다.
60년대 초부터 10여년간 교세를 확장하던 구원파는 70년대 중반 유씨가 삼우트레이딩 사장에 취임하면서부터 명목상 종교와 기업으로 분리됐지만 결국은 하나며 신도들의 헌금과 사채모집으로 기업이 커나가고 있다는 것이 구원파 비판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80년초부터 교인들의 헌금이 기업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비판하는 그룹이 생겨 이중 일부는 교인들을 이끌고 구원파에서 탈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명목상의 교주는 권목사지만 실질적으로는 세모 유사장이 절대적인 존재로 모든 권한을 쥐고 있으며 실권을 둘러싼 양측의 암투도 만만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3월 미국으로 출국한 권목사는 유씨와의 실권다툼에서 밀려 축출된 것이며 오대양 암매장 관련자들의 느닷없는 자수가 이같은 구원파내의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구원파는 국내에 70여개 교회 1백80개교구가 있으며 12개국 45개 지역에 교회가 있고 「구원받은」사람이 15만명을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신도는 7만∼8만명으로 추산된다.
신도중에는 대학교수·의사 등 지도층 인사도 많으며 여자탤런트 J씨는 구원파의 중심인물로 알려져 있다.<대전=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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