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강국 체코의 변화|"금메달보다 빵이 더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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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금메달을 원하지 않는다. 빵 문제 해결이 더 급하다.』
동구권 스포츠 강국 중 하나인 체코가 인에스프와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8∼19일)를 개최하고도 단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으나 체코 스메르지 스포츠 기자 파볼 레미아스(27) 는 스포츠의 메달획득은 이제 더 이상 체코는 물론 동구권에서 선결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레미아스에 따르면 이 같은 사정은 인접국인 헝가리·유고·불가리아·폴란드 등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들 동구권 스포츠 강국들은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자본주의 열풍으로 체제의 이완현상 속에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주의 시절처럼 스포츠분야에 투자할 여력도 없고 또 국민들도 원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체코의 경우 3년 전까지만 해도 대표선수 육성비로 1천만크로나(약30만달러)를 매년 투자했으나 현재는 4백만크로나(약13만달러)를 예산에 책정해 놓고도 집행을 꺼리는 입장이라는 것.
과거 체제유지를 의해 스포츠에 쏟았던 정열을 경제·과학 분야의 발전에 쏟아야 한다는 것이 이곳 동구권국민들의 한결같은 여론이다.
체코는 지금까지 함부르크·반스카 비스트리카·프라하 체육센터 등 3곳의 스포츠훈련센터에서 집중적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을 육성해 왔다. 이밖에도 7∼8개의 스포츠센터가 대도시나 주마다 설치돼 있는 등 사회체육활동이 활발하다.
3대 훈련장은 태릉선수촌보다는 규모가 작으나 웨이트트레이닝장·각종 의료측정시설·경기장 등의 시설은 다 갖추어져 있다.
이들 훈련장에는 92바르셀로나 올림픽과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 출전 할 체코국가대표팀이 훈련을 하고는 있으나 국가의 지원이나 혜택은 과거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스포츠 스타가 되면 받게되던 각종 연금·상금 등의 제도도 큰 폭으로 줄어 스포츠지망생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강국인 동구권의 이 같은 변모는 향후 세계스포츠계 판도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푸리에비자(체코)=권오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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