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시위로는 의혹 풀수 없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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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대양사건 재수사 관련 보도들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에는 분노와 탄식이 교차하고 있다.
오늘의 이 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야만적 행위가 벌어지고 잇따른 수사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증폭만 되고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사교집단이 사람을 집단폭행으로 치사시켜 암매장하는 잔인무도한 범죄가 범인들의 자수가 있기전까지는 감쪽같이 숨겨질 수 있었다니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다.
또 오대양사건 관련설이 분분한 기독교 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와 (주)세모의 신도·직원들이 사건 관련설을 밝힌 국회의원 자택과 사무실로 몰려다니면서 벌이고있는 폭력 항의시위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 사회가 무법사회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구원파와 세모는 자신들이 오대양사건과는 전혀 무관하다면 당당한 자세로 사법당국이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은 협조하고 조사에는 응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구원파 신도들의 이같은 폭력적 향의시위는 이번뿐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언론사·정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여러번 있었다.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보도나 발언이 있으면 집단으로 몰려가 밀어붙이려는 식의 폭력항의를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는 민주화로 넘어가는 시기에 있어서의 과도기적 혼란도 「졸업」하고 있는 중이다. 혼란기에 흔히 있었던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식의 밀어붙이기나 집단항의는 이미 거부되기 시작한지 오래다.
당국의 제재에 앞서 국민여론과 민심이 그러한 폭력적인 집단항의자세를 결코 용납치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수사당국은 오대양사건 재수사를 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시켜 날로 증폭되고 있는 구원파와 세모의 사건 관련여부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도록 해야한다. 재수사 과정에서 몇가지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지만 현재로서는 오대양 사건의 끔직스러웠던 집단변사 배경과 암매장·사채행방에 대한 의혹들을 풀어주었다기 보다는 증폭시키고 있을뿐이다.
오대양­송재화 여인­구원파­세모로 연결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오대양사건은 87년 사건 당시 철저한 수사노력만 기울였으면 현재 드러난 사실정도는 밝혀질 수 있었던 것들이다. 구원파와 세모의 사건 관련설은 그당시에도 나돌았던 얘기였다.
우리는 그래서 엄청난 오대양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전모를 밝히지않고 어물쩍 수사종결 했던 당시의 수사과정을 석연치않게 생각한다. 뿐만아니라 암매장 관련자들이 스스로 경찰서로 가서 자수를 한지가 2주일이 됐는데도 아직까지 자수동기조차 확실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당국의 수사능력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세모의 유사장도 날로 증폭되고 있는 오대양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주고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즉각 수사당국에 자진출두 하는게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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