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쉼] "아이스와인은 날씨의 선물 … 포도 10㎏에서 겨우 한 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바깥기온 영하 12도. 해가 떠 기온이 다소 올라갔지만 사방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으로 이니스킬린 포도농장의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는 족히 될 듯하다.

"기온이 더 오르면 작업할 수 없으니 조금만 더 서둘러요."

해가 더 높이 떠오를까 노심초사하며 열심히 포도를 따고 있는 작업자들을 점잖게 재촉하는 사람이 있다. 종주국 독일을 제치고 캐나다를 아이스와인의 왕국으로 등극시킨 이니스킬린의 칼 카이저(사진)다. 공동대표인데도 포도수확 작업현장에 직접 나와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아이스와인을 만들 땐 포도 따는 날이 가장 중요합니다. 규정상으론 기온이 영하 8도 이하면 된다고 하지만 영하 12도 내외가 적당하거든요. 이때 포도를 따 바로바로 압축기에 넣어 즙을 짜야 수분이 적은 포도진액을 얻을 수 있습니다."

포도수확 작업을 끝내고 다시 만났을 땐 오전 11시. 찬바람에 얼굴이 발그레해진 모습이었지만 코끝이 더욱 붉어 보인 건 수십년간 와인(알코올)을 시음한 결과인 듯했다.

-캐나다 아이스와인의 선구자 내지 전도사라고 들었는데.

"1991년 6월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VINEEXPO(2년에 한 번씩 개최)에서 이니스킬린 비달 아이스와인이 그랑프리를 받았다. 이후 캐나다 아이스와인이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75년 창업해 16년 만에 결실을 거둔 셈이니 상당히 빨리 행운을 잡은 듯하다. "

-와인을 간단하게 정의하면 뭐라 할 수 있나.

"와인을 흔히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하는데 아이스와인은 '날씨의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름엔 뜨거운 날씨를 기도하고, 겨울엔 차가운 날씨를 기원해야 하니 말이다. 일년 내내 하늘을 보며 애간장을 태우는데 요즘은 이상기온으로 아이스와인 만들기가 더 힘들어졌다."

-이니스킬린 아이스와인이 좋은 평가를 받는 건 당신의 제조기술이 뛰어나서인가.

"아니다. 아이스와인은 포도 스스로 만든 것이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아이스와인이 비싸서 마시기 부담스러운데.

"현장을 봐서 알겠지만 포도 10㎏으로 겨우 한 병을 만들 수 있다. 그 양으로 일반 와인을 만들면 10병까지도 가능하다. 게다가 늦게 수확하다 보니 새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날씨가 춥지 않으면 포도의 품질이 떨어지는 등 위험부담이 크다."

-작황이 나쁜 해엔 가격을 많이 올리나.

"그렇지는 않다. 아직은 시장에서 아이스와인의 가격 저항이 크기 때문에 쉽게 올리지 못한다."

-아이스와인도 빈티지(생산연도) 개념이 있나.

"있기는 하지만 일반 와인처럼 심하지는 않다. 빈티지보다는 와이너리나 포도 품종을 감안한 개념이 강하다."

-아이스와인 시장의 어려운 점은.

"중국에서 대규모로 '가짜' 아이스와인을 만들어내고 있어 이미지 손상이 크다. 또 미국.호주 등에서 기계적 냉동 공법으로 싼 아이스와인을 내놓고 있어 긴장하고 있다."

온타리오=유지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