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의 해』 추진 무용계 모처럼 한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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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갈래갈래 나뉘어 극심한 갈등과 대림을 보여온 무용인들이 92년을 「춤의 해」로 유치하기 위한 과정에서 모처럼 하나된 모습을 보이길 기대.
한국무용 평론가 협회 (회장 이상일)의 제의로 지난달 20일 한자리에 모인 9개 무용 단체 대표들은 「춤의 해」 추진에 의기 투합, 남북 무용 교류를 중점 사업으로 정하는 등 보기 드물게 손발이 척척 맞는 토론을 진행한 것. 이들은 지난 2일의 두번째 모임에서 육완순 교수 (이대·사진)를 추진 위원장으로 정하고 미처 파악되지 않은 전국 무용 단체 및 무용 학원 실태를 정확히 조사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10일에는 이어령 문화부장관을 면담, 92년을 「춤의 해」로 제정해 달라는 건의서를 전달했다.
17일에는 국무총리 특별보좌관이 참석한 가운데 네번째 모임을 열어 「춤의 해」와 함께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 한민족 무용인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한민족 춤 제전 및 세미나」 개최를 추진키로 하는 한편 이 모임의 명칭을 「한국 무용 예술 총 연합회 (가칭)」로 바꿨다.
이런 가운데 92년을 「책의 해」 「음악의 해」등으로 정하기 위한 다른 문화 예술 분야 관계자들의 움직임도 있어 문화부가 전국 문화 예술 관계자 대상 설문 조사 결과를 참고해 8월초 92년을 무슨 해로 정할 것인지 최종 발표하리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무용인들은 「춤의 해」 유치에 더욱 적극성을 보이면서 19일 다섯번째 모임을 마련.
『이 자리는 조동화·김백봉씨 등 무용계 원로와 문일지·김화숙·박명숙·이종덕씨 등 주요 무용 단체 대표, 김경애·이상일·김영태·김태원씨 등 무용 평론가 외에도 문예진흥원 여석기 원장과 올해 「연극·영화의 해」 사업을 진행중인 차범석·정진수·김문환씨 등 연극인들도 초청해 「춤의 해」 추진 방안을 폭 넓게 수렴. 이들은 우선 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데 있어 어느 문화 예술계보다 무용인들의 기여가 컸는데도 무용계가 제도적 지원 등의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 한데는 분열과 대립을 일삼은 무용인들에게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며 앞으로 무용 발전을 위해 전체 무용인들이 힘을 모으기로 거듭 다짐. 또 현재 체육 수업의 일부로 간주돼 거의 유명무실한 무용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무용을 표기 과목으로 정하고 국민학교 예·체능 전담 교사제 도입 때 무용도 포함시킬 것을 교육부에 건의하자는 데도 의견이 일치됐다. 그밖에 춤과 연극은 밀접한 인접 예술인만큼 92년이 「춤의 해」가 되면 장충동 국악 고교 부지를 공연 예술 회관으로 활용하는 등의 공통된 중장기 계획 추진에도 한결 효과적일 것이라는가 하면, 「춤의 해」 단독 추진이 어려울 경우 「춤과 음악의 해」로 한데 묶어 추진하는 방안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 활발히 개진되기도.
「한배 탄 운명」을 실감한 무용인들의 「한국 무용 예술 총 연합회호」 선장 격이 된 육 교수는 『물론 내년이 「춤의 해」로 선포되면 더 바랄 나위 없겠지만 행여 「춤의 해」가 93년께로 미뤄지더라도 무용인들이 한 마음으로 뭉쳐 무용계의 해묵은 과제들을 풀어 가는 출발점이 된 것만 해도 일단 반갑고 보람있는 일』이라고.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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