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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안된다” 계파정치 공방/신민 김 총재­정발연 5시간 설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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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야통 위해 거취용단 내려야”/정발연/“독자행동 불가 당론 따라야”/김 총재
신민당은 21일 김대중 총재가 「정치발전연구회」 주도멤버들을 모두 초청,정발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당권파」와 「비주류」간 알력의 본질문제에 대한 심층토론을 벌였다.
6·20 시도의회선거 참패후 자연스레 계보화된 정발연은 그동안 당 공식회의에서 입장개진을 두어차례 했지만 이들의 「본심」에 대한 불신이 넓게 퍼져있어 소모적인 파발싸움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우세했던 상황이었다.
김총재는 정발연 구성원들을 직접 불러 계파활동의 진의를 타진하고 충성스런 반대파로 행동할 것을 요구할 생각이었지만 현안에 대한 시각차가 워낙 크다는 사실만 확인한 자리가 되고 말았다.
5시간이상 진행된 이날 서교호텔 토론은 김총재가 노승환·조윤형·정대철·이상수 의원 등 정발연 회원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답변하는 형식을 취했다.
중간 중간 이우정 수석최고위원,이용희 최고위원,조승형 비서실장,한광옥 당 통추위간사,박상천 대변인 등 당권파 참석인사들이 「총재 2선 후퇴문제」등에 대해 반론을 펴기도 했다.
이날 정발연이 제기한 문제들은 크게 ▲계보인정 ▲김총재 2선후퇴 ▲민주당과의 당대 당 통합 ▲당직개편·측근정치 불식 등이었으며 김총재는 당내 민주화부분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편이었으나 계보문제·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대단히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윤형 국회부의장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당 서울시지부의 여론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야권통합이 되지 않으면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며 『통합을 위해 필요하다면 김총재께서 용단을 내려주셔야겠다』고 완곡하지만 분명하게 「대권 위한 당권 후퇴론」을 피력.
노승환·정대철·김득수 의원도 신문사설·월간지 등 준비한 많은 자료를 제시하며 같은 의견을 전달.
이에 대해 당권파측에선 『야권통합에 부적절한 사람이 대권후보에 적합하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 아니냐』고 반문하고 『본의는 아니겠지만 차라리 총재의 정계은퇴를 주장하는 것이 솔직하지 않느냐』고 반격.
당권파는 『당권에서 후퇴한 뒤 대권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총재는 상처만 더 크게 입을 것이고 결국은 국민을 속이는 짓』이라고 반박하고 『실제로 총선과 대선사이는 6∼7개월밖에 안남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하게 쐐기를 박는 바람에 이 문제는 더이상 길게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발연은 대부분의 시간을 계보정치 인정문제에 대해 강력한 의견을 폈다.
이들은 『정발연의 위상을 연구모임으로 한정하겠다는 당의 입장은 현실적이지도,옳지도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당내에서 우리를 부정일변도로만 인식하고 음해·탄압하는 세력이 있다』며 당권파를 우회적으로 겨냥.
조부의장은 정발연을 『비주류계보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고 다른 회원들도 『김총재가 과거 「40대 기수론」을 편것 자체가 계보활동이었으며 신민당의 탄생도 계보정치의 소산이 아니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총재는 『지난 7월5일 최고위원회의는 순수 연구단체,당외에서 통합논의 불가,서명운동 금지 등의 조건으로 정발연을 인정한다고 결의했다』고 상기하고 『당방침대로 따라야 한다』며 독자적 계보정치 불허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권파는 오히려 『당기구가 아닌 언론등을 통한 독자적 발표를 삼가라』고 행동제한을 요구했는데 이에 대해 정발연측은 『계보가 상대방의 허락을 받고 하는 것이냐』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당내 민주화부분은 측근정치 비판 및 광역선거 책임론과 함께 제기됐다.
정발연은 『신민당은 총재측근만 통하면 안되는 것이 없다는 자조섞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며 총재측근들의 월권을 일일이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수서사건·공천파동 등 당이미지를 훼손하는 사건에 측근들이 관계되지 않았느냐』고 권노갑 의원,김봉호 사무총장을 빗대어 겨냥.
한영수 당무위원은 『당내 민주화를 위해 조기전당대회를 소집,집단지도체제의 당헌개정을 하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발연 의원들은 『당직개편을 해봤자 그사람이 그사람인 자리바꿈만 있어왔다』며 책임정치가 구현된 인사정책을 강조.
김총재는 당내 민주화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아 문제점을 인정한다는 분위기였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으나 『조기 전당대회는 이미 4월 신민당 통합전당대회와 6·23 총재재신임 당무회의에서 더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게 된 사안』이라는 당권파의 반론이 있어 조기전당대회론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민주당과의 통합문제는 이상수 의원이 『관용과 양보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제,『민주당도 김총재 2선후퇴 주장을 철회하고 통합야당의 총재를 경선으로 뽑자는 새로운 제안을 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이에 대응하자』고 주장.
다른 정발연 의원은 『민주당이 현실적으로 비호남 야권표의 정서를 대표하고 있다』고 주장.
그러나 당권파는 『자기 근거지라고 주장한 부산에서도 1석밖에 못얻은 민주당과 무슨 당대 당 통합이냐』는 부정적 반응을 보인데다 『실패가 뻔한 통합에 당력을 소진하기 보다는 총선준비에 노력하자』는 의견마저 나와 의견접근을 보지 못했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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