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 꿈나무 발굴·육성 모임-「윔블던 2000」 서의호 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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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000년엔 윔블던 테니스 대회 결승이 벌어질 센터 코트에 한국 선수가 꼭 설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2000년대 한국 테니스를 짊어질 꿈나무들의 조기 발굴과 후원을 위해 조직된 열성 테니스동호인들의 「윔블던 2000」 운영위원회 위원장인 서의호씨 (40·포항공대 교수·산업공학)의 당찬 포부다.
서 교수는 동양계의 작은 체구 (1m73cm)인 미국의 마이클 창이 89년 프랑스 오픈 대회에서 당당히 정상에 오른 판에 한국 선수들이 그랜드 슬램 대회 우승을 못하리란 법이 없다며 사뭇 격앙된 어조다.
더 이상 서구인에 미치지 못하는 체격 조건의 열세를 비관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10세 내외의 유망주들을 발굴, 과감한 투자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과 국제 경험을 축적케 하면 8, 9년 뒤엔 충분히 세계 제패가 가능하리라고 서 교수는 믿고 있다.
그래서 동호인 모임의 명칭도 세계 최고 권위의 윔블던 대회와 미래에 대한 상징적 의미가 담긴 2000년을 따 「윔블던 2000」이라 정했다고.
지난해 9월 결성된 이 모임은 꿈나무들이 마음놓고 국제 대회에 참가, 다양한 전형의 외국 선수들과 맞부닥쳐 지고 이기는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외 여행 경비를 마련하는 기금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92년 말까지 3억원의 기금을 조성, 10명의 유망주들이 1년여 동안 10여개의 해외 투어를 돌며 기량을 쌓게 하자는 취지다.
서 교수는 주니어 시절 현재 세계 정상을 넘보는 가브리엘라 사바티니 (아르헨티나·세계 3위)를 꺾었을 정도로 쟁쟁했던 김일순 (포철)이 더 이상 성장치 못한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국제 경험을 많이 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지난달 28일 기금 조성 1천만원을 돌파한데 자극 받은 서 교수는 92년 말까지 현재 1백명의 회원을 1천명으로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 『월드 테니스』 지에 「테니스의 과학적인 훈련 및 코칭」을 기고하는 등 전문 테니스인이 다 돼 버린 서 교수는 미국 유학 시절인 지난 80년 처음 라켓을 가까이 한 후 테니스에 몰입하게 됐다고.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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