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 「거짓공시」에 뒷짐/「흥양」법정관리 또 늑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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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도설 나돌아도 “사실무근”일쑤
부도설 또는 자금위기와 관련된 상장업체의 공시가 있으나마나다.
관련기업들이 부도설이나 법정관리신청설을 사실무근이라며 이를 전면부인하는 내용을 공시했으나 올들어 4개사의 경우 며칠후에 그같은 공시가 거짓이었음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공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증권거래소는 이에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없이 뒷짐만 지고 있다.
이로인해 증권거래소의 공시만 믿고 주식을 샀던 선의의 투자자들은 낭패를 보기 일쑤다.
소형 TV메이커인 흥양은 지난 9일 부도설에 대해 부인공시를 냈으나 15일에는 부도를 모면하기 위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고도 이 사실은 공시조차 하지 않았으며 재산보전처분이 내려진 18일에야 늑장공시를 했다.
아남정밀도 지난 1일 부도설이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한지 닷새후인 6일 이를 번복,부도발생을 시인했다.
지난 4월 금하방직과 동양정밀의 경우에서도 이같은 무의미한 공시는 연발됐다.
관계전문가들은 거짓공시를 하는 것은 공시자체를 거부하는 것보다 투자자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며 거짓공시가 남발될 경우 다른 모든 공시에 대한 공신력도 실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증권거래소는 최종 부도가 확정되기 전에는 부도가 아니지 않느냐며 투자자의 피해는 고려하지 않는 듯한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관계자들은 『최종 부도는 아니더라도 현재 그 회사의 자금상태가 어떤지 개괄적으로나마 투자자에게 알려줘야 할 것』이라며 『형식논리에 얽매인 현행 공시제도는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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