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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예정지 현장을 가다] 2. 한남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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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깎아지른 듯한 구릉지에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도로가 좁은 데다 지도를 봐도 주소를 찾기 어려운 복잡한 주택가를 보면 개발이 되긴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보광동 한광교회 앞 도깨비시장 인근. 서울시내 대표적인 슬럼지역으로 꼽히는 이 일대에서도 가장 높은 '달동네'인 이곳에서는 한강변 인근까지 촘촘하게 들어선 노후 다세대 주택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폭 4m가 되지 않는 좁은 시장 도로 양쪽으로 인근 상가에서 내다놓은 물건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고 시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서로 뒤엉킨 사이로 보행자들이 아슬아슬하게 다니고 있었다.

10년째 이 지역에 살고 있다는 주민 김용규(53.자영업)씨는 주민자치회 이름으로 걸린 '뉴타운 지정 환영'플래카드를 가리키며 "개발 추진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뉴타운 선정 자체는 환영할 일"이라며 "도심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돼 왔다"고 말했다.

용산구 이태원.한남.보광동 일대 33만1천여평에 위치한 한남 뉴타운은 서울시가 최근 선정 발표한 12곳의 뉴타운 가운데 가장 먼저 개발이 기대되는 투자 유망지로 꼽힌다. 단층 불량주택 밀집지가 주거중심형 뉴타운으로 개발되는 데다 2001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용산 부도심 개발계획, 용산미군기지 이전과 고속철도 용산역 건설 등이 맞물려 종합적인 대규모 개발이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뉴타운 선정 지역으로 예상되면서 부동산 가격은 이미 오를 만큼 올랐으며 주민들과 부동산 관계자들은 "앞으로 이 지역이 서울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충분한 녹지.도로 갖춘 주거중심 뉴타운으로=용산구는 5층 미만 건물이 90% 이상인 이 지역을 앞으로 8~12층 규모 중층 공동주택 단지로 개발할 방침이다. 최근 한강변을 중심으로 현대 하이페리온.삼성 래미안.신동아 파밀리에 등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등 이미 개발이 진행 중이다.

용산구 도시시정비과 담당자는 "현재 1만6천5백여가구에서 20% 정도 늘어난 2만여가구 규모로 새 주택가를 조성하면서 특히 도로.공원 등 부족한 도시기반시설을 충분히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폭 4m 이하 도로가 73%에 달하는 열악한 도로 사정을 개선하기 위해 25m의 주간선도로 1개 노선과 12~15m 도로 2~3개 노선, 6~8m의 내부도로망이 격자형으로 조성된다. 이태원로와 보광동길 인접부에 일부 형성돼 있는 상가는 주거기능과 연계해 지역 상권으로 특화하며, 보광동길 주변에 근린공원 두 곳을 신설해 남산~미군기지~한강을 잇는 녹지축으로 만든다.

◇역세권 개발과 미군기지 이전 맞물려=용산지역은 뉴타운 조성 이외에도 고속철도 민자역사 개발과 첨단국제업무단지 조성, 용산 미군기지 이전 등 개발 호재가 다양하다.

내년 초 고속철도 호남선 시발역인 용산 민자역사가 개통되고 21만평에 이르는 용산역 일대는 2005년까지 공항터미널.컨벤션센터 등을 갖춘 최첨단 국제업무단지로 조성된다. 한남동과 한강로 일대에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는 등 현재 단계적인 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며 용산 미군기지가 이전한 뒤 반환된 지역에 공원이 조성될 경우 쾌적성도 크게 높아진다.

이에 따라 이 일대 집값은 2년 전보다 대부분 두배 이상으로 뛴 상태. 뉴타운 후보로 주목받으면서 보광동의 경우 지난 8월 이후 평당 2백만원씩 올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내년 9월께에야 확정되는 만큼 성급한 투자는 삼갈 것을 조언하고 있다.

이 지역이 추가 지정된 뉴타운 12곳 가운데 '우선사업 시행지구'에 포함될지와 향후 개발방식에 따라 투자 수익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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