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국방장관 '여인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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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남미에 여성 고위직 발탁이 눈에 띄게 늘어난 가운데 한때 금녀(禁女)의 자리로 여겨졌던 국방장관직까지 줄이어 진출하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중남미 국가에서 갈수록 여성 국방장관들이 늘어나 현재 3분의 1의 국가에서 여성 국방장관을 기용했다"며 "이들이 군부독재의 잔재와 씨름하며 나라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을 책임지고 있다"고 31일 보도했다.

칠레의 첫 여성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는 지난해 3월 조각(組閣)을 하면서 각료 절반을 여성으로 채웠다. 지난달 15일 취임한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최근 17개 장관직 가운데 7개를 여성에게 할당했다.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여성 국방장관인 과달루페 라리바(50)가 지난해 12월 헬기 사고로 사망하자 후임도 여성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30년에 걸친 군부 독재체제를 청산한 아르헨티나선 2005년 11월 좌파 정치인 닐다 가레가 여성으로는 처음 국방장관에 기용됐다.

칠레의 또 다른 여성 국방장관 비비안 블랑롯은 여장부로 통한다.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장례식에 참석한 그는 "꺼져! 꺼져!"라는 피노체트 지지자들의 야유를 받았으나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꺼질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신들"이라며 "나는 책임자"라고 응수했다.

우루과이의 여성 국방장관 아수세나 베루티는 1973~85년 군사정권 당시 변호사로서 정치적으로 핍박당하는 이들 편에 서서 활약했다.

IHT는 중남미에 국방장관 등 여성 고위 공직자가 늘고 있는 것과 관련, "최근 선출된 좌파 대통령들이 여성들을 과감하게 기용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며 "사회가 정치적 혼란기를 마감하고 날로 성숙해 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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