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보좌관들 러시아에 국가 기밀 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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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국회의원의 보좌관이 2009년 발사 예정인 아리랑 3호 위성에 대한 기밀자료를 러시아 측 로비스트에게 건네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비공개 협상보고서가 외부로 흘러나가는 등 국회 내 일부 인사들의 안이한 보안 의식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31일 열린우리당 소속의 모 의원 보좌관인 이민주(42)씨에 대해 공무상 기밀 유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씨로부터 아리랑 3호의 입찰제안서와 촬영장비 등 주요 부품에 대한 문건을 넘겨받아 러시아 회사에 제공한 로비스트 이모(47)씨도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두 사람의 범죄 혐의에 국회의원이 관련된 정황은 없다"며 "하지만 자료 유출에 개입된 정치권 인사 한두 명을 추가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형법 127조의 공무상 기밀유출죄는 '공무원이 직무상 기밀을 유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돼 있다. 이들 두 사람의 구속 여부는 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검찰에 따르면 보좌관 이씨는 지난해 4월 해당 국회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관계자를 통해 기밀 자료를 확보했다. 이후 아리랑 위성의 개발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직접 요청해 필요한 자료를 받아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넘겨받은 로비스트 이씨는 현재 러시아 위성개발 회사의 판매 대행사인 G사 대표로, 1999년 12월 발사된 아리랑 1호 위성개발에도 참여했었다.

검찰은 러시아 측이 위성개발에 참여하려다 실패하자 로비스트 이씨를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최근 이씨 등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뇌물수수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보좌관은 "위성부품의 납품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제보가 들어와 항공우주연구원 등에서 자료를 구해 외부에 자문한 것"이라며 "해당 자료는 국가기밀로 볼 수 없는 일반 정보였다"고 주장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본지는 이 보좌관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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