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하이닉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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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했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본사 기준으로 매출액 7조5690억원, 영업이익 1조8720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순이익은 2조120억원. 매출과 영업이익은 2005년보다 30%, 순이익은 11% 늘어난 것이다.

몇 년 전의 어려움을 완전히 극복한 이런 좋은 실적에도 하이닉스는 기뻐할 수 없었다. 장사를 계속 잘하기 위해선 신속히 추가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천공장 증설의 길이 막히면서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하이닉스의 지난해 실적 호조는 80나노 D램 제품의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낸드플래시도 시장 점유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천의 300㎜ 웨이퍼 라인(M10)의 생산성이 높아진 데다 중국 법인이 양산체제를 구축하면서 D램의 성수기인 4분기 수요 증가에 제때 대처했다.

◆ 다급한 하이닉스=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하이닉스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이천공장 증설 불허에 따라 300㎜ 라인 추가 건설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큰 웨이퍼를 사용하는 것. 웨이퍼는 CD 모양의 실리콘 판으로 여기에 회로를 새겨 반도체 칩을 만든다. 웨이퍼 지름을 200㎜에서 300㎜로 늘리면 한꺼번에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은 2.25배로 늘어난다. 둘째, 미세회로 공정을 도입하는 것이다. 90나노 공정에서 60나노 공정으로 바꾸면 생산성이 두 배가 된다. 미세한 회로일수록 칩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수율(만들어낸 칩 가운데 정상 작동 제품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수율이 높을수록 생산 단가가 낮아진다. 하이닉스는 D램 분야에서 올해 삼성전자와 함께 60나노 공정을 도입할 예정일 정도로 미세회로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천공장의 기존 200㎜ 라인을 고쳐 M10 라인을 만든 지 1년 만에 '골든 수율(90%)'을 달성했을 만큼 공정기술도 최상급이다. 그러나 300㎜ 라인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장 쟁탈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미 삼성전자 외에도 마이크론.도시바.엘피다 등이 앞 다투어 300㎜ 라인 증설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반도체 시장은 피 말리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정수 하이닉스 상무는 "중국 공장의 추가라인 가동을 최대한 앞당기고 이천 이외 지역에 지을 공장도 가능한 한 빨리 확정해 시장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차분한 증시 반응=사상 최대 실적이 주가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실적 개선이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데다 올 상반기까지 반도체 시장이 약세를 보일 전망이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이날 550원(1.73%) 내린 3만1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창우.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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